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유력후보로 SK그룹이 계속 거명되면서 과거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인수 당시와 닮은 점도 주목을 받는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과감하게 추진했는데 SK그룹의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연합뉴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이 9월 초 진행된다. 인수를 원하는 곳은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에 신주 가격과 구주 가격을 써내면 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여러 면에서 하이닉스 매각을 떠올리게 한다.
우선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신주 가격과 구주 가격을 놓고 금호산업과 채권단, 인수후보들의 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되기 전 채권단이 구주를 많이 매입하는 쪽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유력 인수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자칫 매각이 무산될 위기도 겪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아직까지 인수후보가 써낸 신주 가격과 구주 가격 가운데 어디에 가산점을 줄지, 어떤 방식으로 채점을 할지 등을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하이닉스와 아시아나항공 모두 규모나 화제성 측면에서 국내 인수합병 역사에서 손에 꼽힌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둘 사이의 연결고리는 또 있다.
SK그룹은 현재 가장 유력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SK그룹이 여러 차례 인수 가능성을 부인했음에도 인수후보로 꾸준히 오르내리는 배경에 하이닉스가 있기도 하다. 과거 쉽지 않은 환경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지금의 하이닉스로 키운 경험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대부분의 경영진이 반대했음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SK텔레콤의 뒤를 이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경영진은 하이닉스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 반도체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 반도체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인수를 반대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도 당시 하이닉스와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다. 몸값이 최대 2조 원에 이르러 만만치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 항공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 SK그룹이 항공업 경험이 없다는 점 등에서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앞두고 “가장 안 좋을 때 인수를 해 반도체를 키워보자”며 적극적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금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제2의 하이닉스'를 발굴해 하이닉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SK그룹의 사업구조를 바꿔내야 한다. 특히 올해 들어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SK그룹은 지나치게 높은 반도체 의존도에 따른 부메랑을 맞고 있기도 하다.
하이닉스는 SK그룹 품에 안기기 전까지 주인이 없었고 주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곳도 없는 골칫덩어리였다. 매각에도 두 번이나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룹의 사업영역을 정유와 통신에서 반도체로 확장했으며 이를 통해 내수기업의 한계를 벗어났다.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는 지금까지도 ‘신의 한 수’로 불린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인수자 품에 안긴 뒤 하이닉스처럼 ‘환골탈태’할 수 있는지를 놓고 판단의 결과가 SK그룹의 인수전 참여 결정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업의 미래를 놓고는 업계의 전망이 엇갈린다. 꾸준히 항공수요가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만만치 않게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항공수요의 성장에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는 탓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반도체산업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시기”라며 “반면 항공업은 기술의 발전이 수요의 증가를 불러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의 한계가 명확하고 성장성도 어느 정도는 눈에 보이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항공사를 소유하면 누릴 수 있는 무형의 이득도 많다는 점도 인수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간외교관으로서 국적항공사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남다르고 세계를 무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항공업의 특성상 글로벌 인맥을 쌓을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