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벌이는 승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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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국민연금은 재계의 높은 관심을 감안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합병에 대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8일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1차적으로 검토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결권위원회 소집이 확정된 것은 아직 아니다. 다음달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 안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기금운용본부 차원의 투자위원회 개최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다만 의결권위원회가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주요 의결권의 행사지침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위원회 소집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김성태 한양대학교 교수가 위원장으로 정부, 사용자, 노동자, 지역가입자, 연구기관 등의 추천 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의결권위원회는 3월11일 현대자동차 사내이사 재선임안과 관련해 소집된 적이 있다.
위원회는 현대차그룹이 10조 원이 넘는 가격에 한전부지를 인수한 것이 기업가치를 얼마나 훼손했는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결국 ‘경영의 안정성’을 고려해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찬성 또는 반대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안이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합병을 찬성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 졌다. ‘거수기’라는 지적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면 해외 헤지펀드를 도와 국내기업의 경영활동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도 있다. 게다가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냈다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해 수익률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셈이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시민단체와 투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8일 논평을 통해 “국민연금이 적극적 의사표명을 하지 않고 주가와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가격만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은 최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발상"이며 "국민의 소중한 연금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의 책무는 주주총회장에서 일회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기업 경영진과 의견을 교환해 문제를 포착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서 삼성물산 주가 정상화와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관여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민연금이 삼성의 킹메이커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민연금은 세계 최대규모 공적연금 중 하나”라며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는 지가 합병의 진행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4일과 5일 삼성물산 주식 108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모두 149만5352주로 삼성물산 지분의 약 1%에 해당한다.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명부 폐쇄기한은 9일까지로 국민연금도 이때까지 지분을 늘려 의결권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