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파업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 기존 한국GM의 단체협약을 그대로 승계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GM 본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는 ‘저비용 고효율’ 기조를 따라야 하는 만큼 노조의 강한 요구에도 임금 및 노동체계를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쪽으로 수정한 단체협약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한국GM이 제안한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한국GM은 임금체계와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3월 기존 단체협약 조항 133개 가운데 70여 개를 수정해 노조에 전달했다.
핵심은 급여와 노동시간 두 가지다.
한국GM은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고 일괄 지급되던 성과금도 성과에 따라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한국GM은 2014년에 사무직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전환했는데 5년 만에 다시 연봉제로 되돌렸다.
한국GM은 그동안 노조와 합의를 거쳐 성과금 규모를 정하고 모든 직원에 동일한 성과금을 지급했지만 이 또한 개인별로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근무시간도 회사가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이를 놓고 한국GM은 사무직이 대부분인 신설법인의 특성에 맞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설법인에서는 기존 한국GM에서 자리를 옮긴 연구개발직 2093명과 재무, 회계 인력 등 대략 3천여 명이 일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신설법인 업무 성격에 맞는 제안을 한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의 외부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한국GM의 GM 안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요구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회사쪽에서는 GM본사가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 등 경비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국GM도 구조조정 물망에 오른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저비용 고효율을 앞세워 2018년 11월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모두 7곳의 공장을 폐쇄한다는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초부터 시행에 돌입했는데 해외 2곳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카젬 사장은 올해 3월 진행된 간부 합숙 교육에서 한국GM 임원과 노조 간부에 인건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GM본사는 한국GM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기본급을 동결한 게 GM 본사의 구조조정 칼날을 피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핵심 요소는 임금”이라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북미 5개 공장은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GM노조는 회사쪽이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문서로 남기지 않았지만 신설법인을 세울 때 회사쪽이 신설법인에도 기존 단체협약을 승계한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단체협약 승계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까지도 불사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22일과 23일 신설법인 조합원 2093명을 대상으로 쟁위행위 여부를 놓고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신설법인에 단체협약을 승계해달라는 요구를 회사쪽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라 파업절차를 밟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까지 거친 만큼 조합원의 50%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아직 신설법인과 교섭이 진행 중이여서 한국GM 노조는 상황을 지켜본 뒤에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우선 찬반투표를 진행한 뒤 교섭상황에 따라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설법인은 기존 한국GM 노조를 단일 교섭창구로 인정하고 지금까지 모두 9차례 단체교섭을 벌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