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이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장이 폐암치료제 ‘올리타’ 개발에 실패한 한미약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레이저티닙의 임상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탁월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외형에 비해 신약 연구개발(R&D) 성과가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이정희 사장의 취임 뒤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2015년 취임한 뒤 2년 동안 연구개발에만 1천억 원을 쏟아 부었고 그 노력은 레이저티닙 기술수출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모두 1조4천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국내 제약기업의 기술이전 계약 가운데 역대 2번째 규모였고 단일 항암제로는 최대 규모여서 유한양행의 신약 연구개발 능력이 새롭게 부각됐다.
이 사장은 올해 초 의약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레이저티닙 기술수출이 가능했다”며 “연구개발를 통한 체질 개선을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현재 레이저티닙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현재 국내에서 임상2b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르면 5월 안에 끝난다. 이 사장은 5월31일에 시작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임상2b상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은 임상2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이저티닙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조건부 품목허가란 임상2상 자료만을 바탕으로 의약품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한 번 발병하면 증상이 호전되기 어려운 중증의 질환을 지닌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유한양행이 올해 레이저티닙의 임상3상에 들어가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건부로 판매를 시작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레이저티닙의 상용화가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치료제 ‘타그리소’가 이미 한국에서 1차 치료제로 판매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가 판매되고 있으면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개선됐음’이 증명됐을 때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유한양행은 대체치료제가 있어 레이저티닙이 조건부 품목허가를 획득하기 쉽지만은 않지만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하기 위해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할 임상3상에서 효과와 안정성도 입증해야 한다.
유한양행의 경쟁사인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 치료 신약 후보물질 ‘올리타’를 당시 최대 규모인 약 8500억 원에 기술수출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리타는 2016년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품목허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이 계약을 취소하면서 올리타의 글로벌 개발속도가 늦어졌고 임상시험에서 부작용도 보고되면서 한미약품은 결국 2018년 올리타 개발을 포기했다.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자신하고 있다.
레이저티닙의 임상1상과 임상2상 중간결과와 타그리소의 임상결과를 비교해 보면 환자의 치료반응률(ORR)은 레이저티닙이 20% 가까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용량을 늘려도 피부독성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의 발생이 적었다.
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는 일본에서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증상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는 등 안전성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지금까지 임상시험 결과 유한양행 레이저티닙의 부작용이 적다고 나타나 큰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