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롯데그룹을 향한 정부의 압박도 높아지고 있어 신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롯데피해자연합회가 일본 롯데홀딩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롯데그룹의 갑횡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신 회장은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추 의원과 롯데피해자연합회는 2018년 5월부터 한국에서 롯데그룹의 갑횡포 문제를 지적하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거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여왔지만 일본까지 건너가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 의원은 “한국기업의 갑질 문제 해결을 일본 롯데홀딩스에 촉구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하루아침에 가게 문을 닫거나 갑질에 항의하며 피해보상 문제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기까지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의 관계를 놓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아왔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기 때문인데 신 회장 역시 틈만 나면 일본을 방문할 정도로 일본 롯데홀딩스와 관계를 중요하게 챙기고 있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과 신뢰관계를 다지고 신 회장을 향한 지지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롯데그룹의 문제가 일본까지 넘어가 이슈화하는 것은 신 회장으로서 부담이 클 수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신 회장이 수감돼 있던 상황에서 상생과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채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수십억 원을 한국구세군 등에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등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이런 노력에도 계열사들에서 갑횡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롯데그룹 내부의 의사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추 의원은 올해 1월 롯데그룹 사장단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 “롯데그룹 내부인사 그 누구도 오랫동안 신 회장에게 이 문제를 보고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가 최근에야 보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이제 신 회장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한국어보다 일본어를 더 편하게 여기고 있어 한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파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직 롯데그룹을 향한 여론 파악이 더디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별로 최근 불거진 각종 갑횡포 논란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추 의원은 “롯데백화점이 피해를 봤다는 이들에게 피해보상 의사를 보이면서 중재를 요청하는 동시에 이들이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해온 집회를 꼬투리잡아 업무방해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소송을 걸었다”며 “벌써 다섯 번째 소송전”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상생이슈가 계열사별로 살펴봐야 할 개별적 사안이라고 판단해 그룹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롯데피해자연합회 등이 주장하는 일부 사안들은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어 해당 계열사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정해뒀다”고 말했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제일 왼쪽)과 롯데피해자연합회가 6일 오후 2시 경 일본 도쿄의 롯데홀딩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추혜선 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동영상 캡처>
하지만 롯데그룹을 향한 여론과 정부의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마트가 협력업체들에게 5년 동안 물류비용을 떠넘긴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가 롯데마트를 상대로 4천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말까지 돈다.
롯데칠성음료는 사장단회의를 하루 앞둔 1월22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롯데칠성음료가 2017년 상반기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살펴보면 이번 조사는 특별조사인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칠성음료를 조사한 조사4국은 기업의 비자금이나 횡령, 배임 등 혐의를 조사하는 부서로 알려져있다.
롯데마트와 롯데칠성음료는 공식적으로 왜 조사를 받게 된 것인지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정부가 롯데그룹을 향해 압박을 강화한 게 아니냐는 시선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신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기본방침 아래 주변 공동체와 공생을 모색하며 기업활동을 하자”고 말했다.
그는 1월23일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서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그룹 차원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롯데 측의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신 회장에게서 끝내 만나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