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 합의라는 첫 성과를 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개선위원회가 19일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라는 사회적 대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성공하면서 문 위원장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 안에서 일이 몰리는 시기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다른 시기의 노동시간을 줄여 전체 평균치를 법정 노동시간에 맞추는 제도를 말한다.
문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 합의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대화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세계를 살펴봐도 노사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합의한 사례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둘러싼 지지부진한 논의 과정에서 고심해 왔던 흔적이 묻어나는 말이다.
문 위원장에게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는 사회적 대화를 이끌 리더십을 보여줄 사실상 첫 시험대였다.
그는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임명됐을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문전투’로 불리던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운동가가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책임자 자리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본인도 경제사회노동위 활동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2018년 5월에 폐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도 12월까지 수술을 미루면서 현안을 챙겼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제사회노동위를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로 생각하겠다”며 문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를 빨리 합의해 달라고 경제사회노동위에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경제사회노동위는 2개월여 동안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를 논의해 왔지만 약속했던 시한 안에 합의를 계속 도출하지 못했다.
최종 논의시한인 2월18일까지 재계와 노동계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문 위원장은 19일 아침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에 관련해 논의한 사안을 전체 10개로 치면 9개는 됐고 1개 정도를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계와 노동계는 문 위원장의 말대로 아홉 차례 진행된 노동시간개선위 전체회의에서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의견 차이를 조금씩 좁힌 끝에 최종 합의를 끌어냈다.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조건으로 임금 보전과 휴식 보장을 요청했다.
이 조건을 재계가 받아들이면서 3개월보다 오래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노동일 사이의 11시간 연속 휴식을 의무화하고 임금 보전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이 최종 합의안에 들어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사회노동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어떤 정책에 관련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과정”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이번 합의를 통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에 의미를 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사회노동위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 문제에서 합의를 오랫동안 끌어내지 못하면서 강제성 없는 사회적 대화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위원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앞으로 협의해야 할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 비준과 국민연금 개편안 등은 탄력근로제 못지않게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들로 꼽힌다.
민주노총을 경제사회노동위에 끌어들이지 못하면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의 의미와 성과가 빛바랠 수 있는 점도 문 위원장의 고민으로 남아있다.
문 위원장은 경제사회노동위 출범 당시 “앞으로 민주노총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가 더욱 진전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현재도 경제사회노동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에도 강하게 반대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