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는 알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는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 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이 대표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모바일금융 '토스'에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근무방식을 적용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토스가 역동성을 잃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8일 핀테크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토스는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근무형태가 가장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이 대표는 토스의 근무방식에서 직원들의 자율을 강조하고 있다.
토스 직원들은 근무시간을 정해두고 일하지 않는다. 오전 11시까지만 회사에 출근하거나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을 통해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휴가 이용도 자유롭다. 회사가 허용하는 휴가일수는 기본적으로 제한이 없다. 따로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자율을 보장하는 만큼 책임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서로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과 성과에 관해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토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동료들이 평가한 직원이 있다면 회사가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직원에게 퇴사를 권고한다.
기업정보 사이트 크레딧잡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토스에는 107명이 입사했고 52명이 퇴사했다. 2명이 입사하면 1명이 회사를 나간 셈인데 토스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출퇴근시간이나 근무시간은 확인하지 않는다”면서도 “건강한 의미에서 동료들의 압박이 있으며 성과에 따른 책임을 강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토스에 도입된다면 이 대표의 경영방식은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의 자율과 기업의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 가능하던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일주일 기준으로 최대 68시간 근무라는 정형화된 틀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기술 중심의 벤처기업은 한정된 시간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운용해야 할 상황이 많아 주 52시간 근무제가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시간에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인력을 집중적으로 운용해야 할 상황이 많다”며 “토스도 현재의 운영방식으로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가 가능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한다면 현재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게다가 국내 벤처업계는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다.
이 대표도 이런 상황을 두고 "벤처기업들이 서로 엔지니어를 빼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토스에는 18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300인 미만 사업장도 내년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 대표는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이 대표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뒤에도 토스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