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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데이비드 가루치 마블 스튜디오 대표 변호사가 지난 18일 영화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어벤져스2)' 촬영 및 대한민국관광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의 첫 서울 촬영이 지난 30일 마포대교에서 진행됐다. 어벤져스 촬영은 다음달 2일~4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5일 청담대교, 6일 강남대로에서 계속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경제효과 등을 자랑했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한국영화 역차별을 얘기하며 불만을 표시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경제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어벤져스에게만 왜 이렇게까지 특별대우를 해주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한국영화는 공공장소에서 촬영 허가를 받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 어벤져스에게 왜 특혜를 제공하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영화 ‘소녀무덤’의 경우 지하철 내 촬영을 위해 도시철도공사에 촬영 허가를 요청했으나 지난 28일 불허통보를 받았다. 어벤져스와 마찬가지로 마포대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더테러라이브’도 마포대교에서 촬영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이번 촬영 허가에 대해 영화인들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유례없는 특혜를 제공하는 이유는 어벤져스2가 낳을 경제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 관계 기관들은 이번 어벤져스2 촬영이 장기적으로 2조 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제작진이 서울에서 머무는 동안 쓰게 되는 촬영 및 제반비용, 국내 스태프 고용 등 직접 서울에서 쓰는 돈만 100억 원 가량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30%는 환급을 받게 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해외 영화의 국내 촬영 유치를 위해 도입한 ‘외국 영상물 국내 로케이션’ 제도에 따르면 체류기간이 10일 이상이고 2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제작비로 쓰게 되면 제작비의 30%를 정부에서 환급해 준다.
정부 추산대로 100억 원을 쓰게 된다고 해도 실제 쓰는 돈은 70억 원 정도가 된다. 게다가 고용 창출의 경우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동원되는 국내 스태프의 경우 촬영장소 통제 등의 일을 잠깐 하게 될 뿐이다.
관광효과 등의 장기적 경제효과는 더욱 불확실하다. 영화가 어느 정도로 흥행할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영화의 흥행이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영진위에서 예를 든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의 영화와 달리 어벤져스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배경이 많이 부각되지 않는다.
실제 1편에 등장한 독일의 관광수익이 어벤져스 덕분에 증가했다는 통계는 어디에도 없다. 2편은 서울에서만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런던,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이탈리아의 아오스타밸리 등 세계의 유명도시에서도 촬영이 이루어진다. 서울이 직접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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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어벤져스2' 국내촬영이 서울 마포대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
오히려 서울 주요도로와 다리를 장시간 통제하면서 시민들이 겪게 되는 불편과 경제적 손실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벤져스를 제작하는 마블 스튜디오는 어벤져스를 한국에서 촬영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이 IT 강국으로서 최첨단 기술과 압도적 풍경, 독특한 건축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들이 한국시장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마블의 한국 촬영은 한국 관객을 더욱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는 700만 관객, 지난해 개봉한 아이언맨3는 9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로도 마블이 제작한 개봉영화가 모두 최소 100만 이상을 관객을 동원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거뒀다. 아이언맨3, 토르2,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져의 경우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했다. 그만큼 마블이 한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영화 토르2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 사장은 한국의 팬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라며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언급한 바 있다.
경제효과 논란, 특혜 논란과 무관하게 이번 촬영이 외국 미디어에서 부정적이고 후진적 이미지로만 등장했던 한국의 이미지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미국드라마나 영화 등에 등장했던 한국의 모습은 한국인이 보기에 불쾌할 만큼 왜곡돼 있다.
특혜 논란이 빚어지자 서울시는 3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결정한 사안에 협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문체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관광공사가 산출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통제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에 따라 경찰청이 주관해 시행하고 있다”며 이전의 적극적 홍보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