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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능, 프로야구 1천만 관중시대를 열 수 있을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3-27 16: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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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능, 프로야구 1천만 관중시대를 열 수 있을까  
▲ 구본능 KBO 총재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올해 21대 KBO 총재로 재선임됐다. 구 총재는 “다가올 1천만 관중 시대를 준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1천만 명의 관중은 서울 인구수와 맞먹는다. 2만6천 석의 잠실구장이 385번 매진돼야 달성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구 총재는 프로야구 1천만 관중 시대를 열 수 있을까?

구 총재의 임기는 2017년 말까지다. 구 총재가 이번 임기를 마치면 재임기간은 6년4개월로 역대 KBO 총재 가운데 박용오 전 총재(7년)에 이어 두번째로 오래 재임한 총재가 된다.

구 총재는 2011년 8월 유영구 전 총재의 뒤를 이어 그해 말까지 잔여임기를 수행했다. 구 총재는 2012년 20대 총재에 올랐고 지난해 말 만장일치로 21대 총재에 다시 추대됐다. 구 총재가 3년 동안 경영능력을 발휘하며 프로야구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구 총재가 재임하는 동안 프로야구는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또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 700만 관중 돌파, 10구단 창단, 최초 메이저리그 직행선수 배출 등 역사에 남을 금자탑들도 세웠다.

구 총재는 프로야구를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KBO는 선수협과 갈등을 빚는 일도 있었으나 구 총재는 비교적 원만하게 선수협과 관계를 유지하며 보이지 않는 성과도 올렸다.

이 때문에 10구단 체제를 잘 안착시켜 목표인 1천만 관중을 달성한다면 구 총재가 연임을 넘어 3연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박용오 전 총재를 넘어 역재 최장기간 재임 총재가 될 수도 있다.

◆ 1천만 관중 정말 가능할까

구 총재가 1천만 관중을 언급했지만 지난해 650만 명에서 올해 갑자기 1천만 명이 될 수는 없다. 최다 관중을 유치했던 2012년도 715만 명이었다. KBO는 27일 올해 목표 관중을 836만2천 명으로 발표했다.

이 목표도 지난해보다 28.5%나 증가한 수치로 다소 무리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576경기에서 올해 720경기로 경기수가 144경기나 늘어난다. KBO는 경기수가 25% 늘어나는 만큼 8백만 명 돌파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구장 좌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실제 관중은 수용인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용인원이 많으면 관중도 자연히 늘고, 수용인원이 적으면 관중이 늘기 어렵다.

우리나라보다 야구열기가 높다는 메이저리그의 객석점유율도 69.9%다. 일반적으로 프로야구 객석점유율은 70%을 넘기 어렵다. 올해 프로야구 전 경기가 매진을 기록할 경우 관중 수는 약 1470만 명이다. 메이저리그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해야 간신히 1천만 명이 된다.

2013년까지만 해도 9개 구단 홈구장 가운데 잠실, 문학, 사직구장만이 2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KIA의 홈구장 챔피언스필드가 새롭게 2만2천여 명 규모로 개장했고 올해부터 1군에 참가한 KT의 수원구장도 2만200석을 갖췄다.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팀이 두산과 LG 두 곳이므로 전체 팀의 60%가 2만 석 이상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게 됐다. 여기에 넥센이 이전을 검토중인 고척돔이 2만 석 규모로 올해 완공되고 삼성은 내년부터 2만4천 석의 신축대구구장을 사용한다. NC도 2018년 2만5천 석 신축구장 입주가 목표다.

이렇게 되면 동원가능한 총 관중 수가 1680만 명 수준까지 늘어난다. 객석점유율이 60%만 돼도 1천만 관중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객석점유율이 60~6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수년 내에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17년 이내에 달성될 가능성도 높다.

  구본능, 프로야구 1천만 관중시대를 열 수 있을까  
▲ 구본능 KBO 총재

◆ 프로야구 매출 흑자전환 목표


1천만 관중 외에도 구 총재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당장 구 총재는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을 추진중이다. 메이저리그처럼 야구 역사를 기록하고 최고의 야구선수들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을 건립하는 것은 야구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구 총재는 취임 뒤 2012년 야구회관 지하1층에 명예의 전당의 초석이 될 아카이브센터를 만들었다. 구 총재의 전폭적 지원 아래 아카이브센터는 1300개의 야구공, 600벌의 유니폼, 2500점의 기념품, 6천 권의 도서 등 총 1만7천 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구 총재는 지난해 3월 부산시와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 협약식을 체결했다. 구 총재는 협약식에서 “역사가 있어야 미래가 있다”며 “오랜 숙원사업인 명예의 전당은 한국야구의 혼과 역사를 담아 한국야구의 새로운 미래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은 ‘야구의 도시’ 부산 기장군에 2016년 말 완공된다. 약 20만㎡ 부지에 지상 3층 규모의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이 들어서며 정규 야구장 4면, 리틀과 소프트볼장 2면, 야구체험관 등을 갖춘 야구 테마파크 등이 지어진다. 건립비용은 약 550억 원이다.

구 총재는 메이저리그의 통합 마케팅 플랫폼인 MLB.com처럼 KBO.com을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구단별로 독자적으로 하고 있는 마케팅을 KBO의 이름으로 하나로 묶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통합 플랫폼에서 유무선 영상 콘텐츠사업, 온라인 광고사업, 온라인 쇼핑몰사업 등을 전개해 2020년 프로야구 매출이 구단 통합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적 부분보다 야구 팬들이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은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이 거두는 성적이다. 구 회장 임기 내인 2017년 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최되고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 정식종목 채택과 메달 획득 등의 이슈가 있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프로야구를 떠받치는 아마추어 야구와 유소년 야구 지원 역시 중요하다.

구 총재는 아마추어 야구계와 협력을 강화해 체계적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초·중·고등학교 야구부 창단과 클럽야구를 지원하고 사회현실과 행정제도에 부합하는 유소년야구 발전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 야구를 사랑하는 LG그룹 오너 3세 경영인

구 총재의 야구 사랑은 뿌리가 깊다. 구 총재는 중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으나 부친의 반대로 선수생활을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구 총재의 부친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고 조부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다. 구 총재의 형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고 동생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다.

구 총재는 아들이 없는 구본무 회장이 대를 잇기 위해 2004년 양자로 들인 구광모 LG 상무의 친아버지이기도 하다.

구 총재는 야구 명문인 경남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나왔다. 야구를 그만두고도 야구에 대한 관심은 꺼지지 않아 개인적으로 12만 장의 야구 관련 사진을 모았다. 그 가운데 800여 장을 추려 2005년 사진으로 본 한국야구 100년 사진전을 열고 책도 출간했다.

  구본능, 프로야구 1천만 관중시대를 열 수 있을까  
▲ 구본능 KBO 총재
구 총재는 책을 펴내며 “어렵고 힘들 때 야구가 우리에게 큰 힘을 주던 추억과 기억을 되살리길 바란다”고 말하며 야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구 총재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2005년 대한야구협회 공로상과 2006년 야구 원로모임인 일구회의 대상을 받았다. 

구 총재는 LG트윈스 고문으로 있다가 2011년 KBO 총재직을 처음으로 맡게 됐다. KBO가 구단주 가운데 신임 총재를 선임하려다가 모두 고사하자 구본준 LG트윈스 구단주의 형인 구 총재를 추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 총재가 야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희성그룹 회장으로서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판단됐다.

구 총재는 취임 뒤 야구발전기금 300억 원을 조성해 유소년 야구팀 창단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5개, 중학교 12개, 고등학교 9개 야구부가 증가했다. 또 야구 저변 확대에도 나서 2011년 전국 161개였던 야구장이 지난해 360개로 대폭 증가했다.

구 총재가 총재직을 잘 수행하자 당초 21대 총재는 다시 구단주중에서 뽑기로 했던 원칙을 깨고 다시 구 총재에게 총재자리가 돌아갔다. 구 총재가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신임받았다는 의미다.

구 총재는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와 금성통신, 상농기업(현 희성전자) 등을 거쳤다. 구 총재는 1996년 동생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과 함께 LG그룹에서 희성그룹을 계열분리해 나왔다.

희성그룹은 희성전자를 중심으로 희성금속, 희성화학 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2013년 매출 약 7조 원을 기록했다.

◆ KBO 총재 잔혹사

역대 KBO 총재 가운데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경우는 초대와 2대 총재였던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 서 전 장관은 서승환 전 국토부 장관의 부친이기도 하다.

서 전 장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서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의 육군사관학교 선배로 육군참모총장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수석부관으로 두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 전 장관은 초대 총재를 맡아 KBO가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프로야구 리그를 출범하고 안착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 총재는 1981년 12월부터 1988년 3월까지 6년 여 임기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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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오 전 KBO 총재
그러나 그뒤 명예롭게 KBO 총재에서 물러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1990년대 말까지 KBO 총재 자리는 정치권 인사들이 명예직으로 이름만 걸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 서 총재의 후임인 이웅희 총재가 3대 임기를 마치고 4대 임기를 수행하는 도중 김영삼 전 대통령후보 추대위원회로 떠나간 것을 비롯해 6대 오명, 7대 권영해, 8대 김기춘 총재 등이 내각 입각과 의정활동 전념 등의 사유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했다.

오명 총재는 총재직을 맡은 지 겨우 26일 만에 체신부장관이 돼 총재직을 내려놓았다. 오 총재는 낙하산 논란에 대해 “내가 원해서 왔다”고 항변하더니 역대 최단기간 재직한 총재가 됐다.

그나마 공직으로 옮겨간 경우는 낫다. 국방부장관 출신인 5대 이상훈 총재는 율곡사업 비리에 연루돼 1년 여 만에 구속됐고 11대 정대철 총재도 경성그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4개월 만에 구속됐다.

9~10대 총재를 지낸 홍재형 총재는 재정경제원 장관 시절 종금사 무더기 인허가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게 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민선 출신 총재도 마찬가지였다. 12~14대 박용오 총재는 당시 8개 구단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구단주 출신으로 첫 총재에 올랐다. 박 총재는 최장기간 총재를 지내며 자유계약(FA)제도 도입, 지역연고제에서 도시연고제로 전환, 쌍방울·해태 매각 등의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박 총재는 2005년 두산그룹이 ‘형제의 난’에 휩싸이게 되자 일신상의 이유를 들며 사퇴했다. 형제의 난 과정에서 박 총재는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으나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총재의 후임으로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이 15~16대 총재에 올랐으나 다시 정치권 낙하산 논란 등이 일어 취임부터 입지가 불안했다. 결국 재임중 특정파벌 형성, 비리기업과 유착 등의 의혹이 일면서 자진사퇴했다. 신 총재는 “정치보다 KBO 총재가 더 어렵다”는 말을 남겼다.

구 총재의 전임인 17~18대 유영구 총재는 두 번째 민선총재로 기대감이 높았다. 유 총재는 9구단 창단을 이끌면서 어느 정도 야구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2500억 원대 사학비리 혐의가 터지며 역시 전격 사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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