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남한과 북한의 경제협력 불씨를 살리기 위해 외교 일선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본부장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에 끌어들이려면 남북경협의 길을 터줘야 한다’고 미국을 계속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남북 철도·도로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의 대북 제재 문제를 해결했다”며 “철도 연결사업과 관련한 착공식을 26일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남북철도 연결사업 착공식을 위해 북한으로 물품을 보내는 것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다. 따라서 예외를 인정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것이 해결되면서 남북철도 연결사업을 잡음 없이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남북 철도연결이 가시화되면서 남북경협도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경협에서는 철도 연결이 핵심이다. 남북한이 경제협력을 하려면 철도, 도로, 가스관, 통신 등의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적인데 이 가운데서도 철도 연결의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남북 철도가 연결된다면 향후 철도를 이용한 우리나라 물류 시스템 혁신이 예상된다”며 “철도를 이용한 유럽~아시아의 화물 운송은 항공 운송비용보다 5분의 1, 소요시간은 해상 운송의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남북경협은 미국의 북한 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진행되기 어렵다.
남북경협의 꽃으로 불리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도 미국의 대북 제재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남북경협이 진행될수록 이도훈 본부장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본부장이 한국 측 대표로 참가하는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 북미관계와 관련한 한국과 미국의 실무진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다. 워킹그룹이 남북협력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이 본부장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남북경협이 북미의 비핵화 협상 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북경협은 단기간에 제재를 풀기 힘든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유력한 대체재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만든 ‘북한제재 강화법’은 정치범수용소나 억류자 등 인권 문제까지 담고 있어 미국 의회가 한 번에 해제하기 쉽지 않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1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순서와 미국의 상응 조치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면 남북경협은 미국이 줄 수 있는 중요한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의 협상 상대인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남북경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미국의 최근 대북 메시지가 변화된 배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평화를 향한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라며 “남측 철도가 북측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