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회복세를 타고 순조롭게 수주를 늘려가고 있지만 노조와 갈등이 여전한 고민거리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이후로 한 번도 임단협을 제때 끝내지 못했다.
2016년 임단협은 2017년 교섭과 묶어서 올해 초에서야 마무리됐다.
올해도 노조가 11일부터 이틀 동안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러다간 임단협이 또 해를 넘길 수 있다”며 “회사에서 이번에는 매년 반복되는 장기 교섭의 악순환을 꼭 끊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한 사장이 무려 30년 만에 노사 업무 전담조직을 없앤 것도 이런 고민을 담은 결정으로 여겨진다.
한 사장은 한 달 전 대표이사에 오를 때부터 노사의 냉랭한 관계를 풀어낼 만한 적임자로 기대가 높았다. 당시 단체교섭이 3개월 만에 다시 열리고 한 사장이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을 만나는 등 노사관계가 좋아지는 기미가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훈풍에 금세 찬물이 뿌려졌다. 한 사장이 취임한지 고작 열흘 만에 ‘노조활동 불법개입’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데다 최근에는 해양사업부문 노조원 2명을 회사 보안팀이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일까지 생겼다.
한 사장은 노조와 보안팀이 충돌한 바로 다음날 11월30일 직접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폭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사과하는 등 빠르게 대처했다. 한 사장은 노조활동 개입을 놓고도 "정말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재발하면 직접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한 사장은 면담 5일 만에 후속조치로 노사 업무 전담조직을 폐지하며 조합의 요구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노사가 원래 매주 화요일, 목요일마다 실시하던 교섭을 매일 진행하기로 방침을 바꾸는 등 노조 분위기도 대화 쪽으로 돌아섰다.
다만 노사의 의견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교섭에 속도가 나면서 힘겨루기도 다시 본격화됐다. 노조는 수주 회복을 이유로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는 반면 회사는 여전히 경영이 어려운 데다 내년에도 저가 수주로 힘들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구조조정 과정과 노조활동 개입 등은 모든 구성원에게 엄청난 충격과 시련이었고 마음의 상처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회사 측의 조치로는 진정어린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고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구체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장이 또 한 번 노조 집행부와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노조는 올해 초 마무리한 2016, 2017년 교섭의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10일 교섭에서 한 사장과 독대를 요구했다.
회사 측은 노조의 뜻을 한 사장에게 전달했으며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