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가 카카오T 카풀 서비스 출시를 두고 택시업계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17일부터 카풀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법인택시 기사가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분신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정 대표는 11일 오전 카카오 본사와 카풀 서비스 관련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이날 오후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식발표를 통해 고인에게 애도를 표시하고 “카카오T 카풀 베타 서비스를 통해 카풀이 택시 승차난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 택시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카카오T 카풀의 정식서비스 개시 일정 등 현안을 놓고 열린 태도로 정부와 국회 등 관계 기관을 비롯한 택시업계와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정식 서비스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카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풀 서비스를 결사반대하는 택시업계의 기본 처지가 그대로인 이상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타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으로 알려진 최모씨는 카카오T 카풀서비스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10일 오후 2시경 서울 국회의사당 외곽도로에 택시를 세운 뒤 온몸에 휘발성 물질을 뿌려 분신했다. 주변에 있던 경찰관 등이 중상을 입은 최씨를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택시업계 주요 4개 단체는 10일 분신사망을 계기로 카풀 서비스 시행에 더욱 거세게 투쟁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택시단체들은 카풀 서비스에 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대규모 집회와 천막농성 등을 강행하기로 했다.
택시단체 대표자들은 11일 전국택시연합회관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12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20일에는 국회 앞에서 카풀서비스 반대 3차 집회를 대규모로 열 계획을 세웠다. 택시단체들은 앞서 10월과 11월에 각각 한 차례씩 집회를 열었다.
택시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카풀 시행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 삭제, 호출 거부 등의 방법으로 카카오T 택시 호출을 거부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도 이날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기업은 공유경제와 혁신성장을 주장하면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것을 자가용 자동차 유상운송 금지조항의 예외로 두고 있는 입법 취지와 달리 착취적으로 카풀을 운영하면서 수수료를 챙긴다”며 “그래서 택시업계는 카카오T 카풀서비스를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배불리기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자가용 카풀 영업에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너무나도 불공정한 이 판에서 끝까지 한 번 싸우겠다”는 각오를 내놨다.
정 대표는 이전에도 택시업계 등과 갈등에 부딪힌 적이 있지만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이번 난관은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3월 카카오T 택시 서비스에 카카오T 앱 이용자가 최대 5천 원을 내면 주변의 빈 택시를 바로 배차해주는 ‘즉시배차’ 서비스를 도입하려다 요금 논란과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카카오T 카풀서비스는 단지 하나의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다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회사 설립에서부터 카카오T 플랫폼을 지하철, 택시, 버스 외 새롭고 다양한 이동수단을 아우르는 종합플랫폼으로 만드는 데 목표를 뒀다.
정 대표는 3월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아무리 기술적으로 서비스를 잘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고려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풀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필요성을 느낀 분야로 이미 3년 전부터 있어왔던 서비스고 새롭게 카풀서비스에 발을 들이는 사업자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정식 서비스 일정을 포함해 카풀 서비스의 필요성과 관련 사안들을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