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경쟁에서 지기 싫어하는 '승부사'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기술력이나 실적 등을 놓고 비교 당하는 일에 민감해 LG전자의 TV 기술을 놓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판적 발언을 한 일도 있다.
김 사장은 LG전자가
2013년부터 출시한 올레드TV를 앞세워 프리미엄 TV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높여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승부욕도 생겼을 법하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약진에 밀려 TV사업에서 한동안 실적 개선과 점유율 확보에 고전해 왔다.
김 사장이 지난해 올레드TV에 맞서기 위해 출시를 주도한 QLED TV가 초반에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삼성전자가 사실상 TV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관측도 업계와 증권가에서 확산했다.
하지만 최근 QLED TV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어 올레드TV를 뛰어넘으면서 김 사장의 '승부수'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23일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QLED TV 판매량은 3분기에 66만3천 대를 보여 올레드TV의 판매량 총합(55만9천 대)을 분기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QLED TV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약 3배 정도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 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던 2017년 초에 QLED TV를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주요 평가기관 및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삼성전자가 올레드TV의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 비슷한 이름의 제품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왔고 QLED TV 기술이 기존 LCD와 거의 차이가 없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우세했다.
QLED TV에 사용되는 퀀텀닷 LCD패널의 기술 부족을 인정하고 삼성전자가 뒤늦게 올레드TV 출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의 증권사에서 이어졌다.
하지만 김 사장은 QLED TV를 삼성전자의 주력상품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70인치대 이상의 초대형 TV, 인공지능과 8K급 고화질 TV 등으로 라인업을 계속 확장했다.
김 사장은 8월 독일 가전전시회 'IFA2018' 기자회견에서 "QLED TV를 앞세워 지난 13년 동안 지켜 왔던 삼성전자의 TV시장 선두를 앞으로도 지켜나가 리더십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확신이 마침내 QLED TV로 올레드TV를 역전하는 성과를 내놓은 셈이다.
최근 세계시장에 출시된 8K QLED TV 판매가 3분기에 거의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QLEDTV의 시장 점유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IHS마킷은 "QLED TV가 최소한 2022년까지 올레드TV에 판매량 추월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 사장은 올해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CE부문 대표에 오르며 TV사업에 더욱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는 QLED TV의 생산 원가가 올레드TV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을 적극 앞세워 미국을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 할인행사와 마케팅을 대폭 강화했다.
올레드패널이 아직 70인치대 이상의 대형 TV와 8K급 해상도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QLED TV로 대형과 고화질 TV시장을 선점한 것도 판매 호조에 기여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QLED TV 가격 인하 전략이 빠른 판매 증가에 기여했다"며 "QLED TV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사장은 2017년 초 QLED TV를 처음 선보일 때 "QLED TV는 프리미엄 TV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차세대 제품이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TV 반등에 한동안 고전했지만 대형 QLED TV에 마케팅을 집중해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며 "QLED TV의 기술 경쟁력도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