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이 방송사 사주가 됐다.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그룹을 키워 온 우 회장이지만 방송사 인수는 처음이다. 하지만 자산 10조 이상의 대기업집단이 되면 방송사를 거느릴 수 없게 돼 우 회장의 인수합병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 우오현 SM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21일 서울 마곡동 SM그룹 사옥 대회의실에서 언론노조와 울산방송의 미래발전을 위한 합의서 조인식을 하고 있다. |
23일 업계에 따르면 우 회장은 ubc울산방송 인수의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우 회장의 울산방송 인수는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우 회장이 노조와 고용승계 등을 합의하면서 갈등이 조기에 일단락됐다.
우 회장은 21일 서울 마곡동 SM그룹 사옥 9층 대회의실에서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과 ‘ubc울산방송의 미래발전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조인식에는 최승석 SM그룹 총괄사장, 박도순 삼라 대표이사, 김환균 언론노도 수석부위원장, 김영곤 ubc울산방송지부장 등도 참석했다.
우 회장은 ubc울산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 강화 방안, 미래 비전을 이달 안에 제시하기로 했다. 또 ubc울산방송 구성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승계·보장하고 적자경영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사 공동으로 가칭 ubc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울산방송의 위상과 역할 강화, 경영 독립, 콘텐츠 발전 방안 등도 수립하기로 했다.
우 회장은 5일 한국프랜지공업으로부터 울산방송 지분 30%를 2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맺었다.
그러자 ubc울산방송 노조는 밀실 매각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SM그룹의 인수에 반발했다. 이들은 “SM그룹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송사를 활용하려는 심산이라면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리는 것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인수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우 회장은 적극적으로 접촉에 나섰다. 6일부터 네 차례 집중교섭을 통해 고용승계 등 6가지 쟁점에 합의를 도출했다.
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마치고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하면 SM그룹은 울산방송을 품에 안게 된다.
건설사 오너 가운데 방송사를 거느린 이들은 적지 않다. SBS미디어홀딩스 지분 61.22%를 보유하고 있는 태영건설이 대표적이다.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은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재직하고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광주방송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회장은 2011년 광주방송 지분 40%를 인수했다. 조창진 SG건설 회장도 2017년 강원민방(G1)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우 회장도 인수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면 이들처럼 방송사 사주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우 회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인수합병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간의 인수합병 전력과 비교하면 울산방송 인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역색을 띠고 공익성격을 갖춘 지역방송사 인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 회장은 1988년 삼라건설 설립을 시작으로 2000년대까지 본업인 건설에서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다 인수합병의 범위를 넓혀 남선알미늄과 티케이케미칼 등 제조업, 대한해운과 한진해운 미주노선 등 해운업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우 회장은 2017년 8월 우방건설산업을 통해 경인일보 지분 17.2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2018년 1월 SM상선과 우방건설산업이 합병한 이후에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다.
방송법에 따르면 일간신문을 경영하는 법인은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어 SM그룹의 울산방송 인수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SM그룹은 경인일보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데다 최근 최대주주 자리를 경기고속에 넘겨주면서 울산방송 인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울산방송 인수 이후 우 회장의 성장 전략이 달라질지가 관심사다. 우 회장은 끊임없는 인수합병으로 SM그룹을 준대기업집단으로 키워냈다.
2017년말 기준 SM그룹의 자산총액은 8조6천억 원으로 자산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돼 있다. 우 회장이 몇 차례 더 인수합병을 진행하거나 기존 계열사들의 사세가 커지면 머지 않아 10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들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지상파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다. 우 회장이 그룹의 성장을 10조 원 아래서 멈추지 않는다면 울산방송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