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반도체매출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강력한 호황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역대급 성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업황이 내년까지 침체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가려졌던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부진이 점차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올해 대표이사에 올라 역할과 책임을 강화한 만큼 연말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시스템반도체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쇄신을 추진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설계부서와 위탁생산사업부로 분리하는 대대적 조직 개편을 주도했다. 이후 사장급 책임자가 각 부문을 맡도록 해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인사도 실시됐다.
하지만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실적은 여전히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츠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26% 급증해 2위 인텔과 더욱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31% 늘어 전체 성장을 주도하는 반면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연간 6% 증가해 전체의 16%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연간 매출은 2013년 13조 원대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지만 이듬해 9조 원대로 떨어졌다. 2017년과 올해 매출은 14조 원 안팎으로 추정돼 뚜렷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2014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과 시스템LSI사업부장을 겸임하면서 꾸준한 실적 성장과 IT업계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가 핵심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는 과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행사에서 "에너지의 100%를 시스템반도체에 쏟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 역량 강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후 김 사장은 삼성전자 모바일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의 성능 향상과 반도체 위탁생산 공정기술 개발, 이미지센서 등 다양한 시스템반도체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투자 성과를 실제 실적으로 이어내는 데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후발주자로 대만 TSMC와 퀄컴 등 선두기업과 격차를 좁히기까지 현실적으로 기술 우위 확보와 고객사 다변화 등 과제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중요한 성장 기회를 앞두고 있다.
세계 위탁생산시장에서 가장 앞선 삼성전자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의 본격적 상용화가 시작되는 한편 자체 기술로 개발한 5G 통신반도체도 출시가 계획돼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8월 화성사업장의 시스템반도체 연구소를 직접 찾아 임직원들에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1등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만큼 김 사장이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추가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주도하면서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한 AP '엑시노스'와 통신반도체. |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강인엽 사장과
정은승 사장의 승진을 발표하며 "시스템반도체를 메모리에 버금가는 초우량 사업이자 주력사업으로 도약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이 올해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한 만큼 연말인사와 조직 개편에 이런 기조가 더 강화돼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이 지난해 DS부문장에 오르며 사라진 반도체 총괄 보직이 부활해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의 균형 잡힌 성장에 집중하는 역할을 새 경영자가 물려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총괄 보직은 현재 없어진 상태"라며 "조직이나 인사에 관련한 내용은 발표가 나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른 시일에 연말 정기인사와 조직 개편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