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11-02 17: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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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선수주 후투자' 원칙을 과감히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확신을 품고 조용하지만 빠른 속도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일 “서산 2공장이 이미 완공돼 생산가동을 하고 있다”며 “보도자료를 내거나 준공식을 따로 준비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준공식조차 생략한 데는 요란한 잔치보다 내실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김 대표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업체보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늦게 뛰어든 탓에 생산 규모 면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 2공장의 완공으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4.7Gwh로 올라서게 됐지만 경쟁사인 LG화학의 18Gwh와 삼성SDI의 15Gwh에 비하면 한참 못미친다.
하지만 올해 들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증가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SNE리서치가 발표한 1월∼8월까지의 비중국산 배터리 출하량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의 성장률이 160%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업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8월 말에는 1.4%였는데 올해 8월 말 2.2%로 확대됐다.
김 대표가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성과다.
김 대표가 2020년에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흑자 전환을, 2025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세운 만큼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사업 투자는 더 과감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17년 5월에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등 비정유부문에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내년과 2020년에 최대 5조 원가량의 투자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전기차 배터리사업 등 비정유 부문에 3조 원을 투자했고 올해에도 배터리사업에만 1조7천억 원 이상을 썼다.
김 대표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어 돈 들 곳은 많다.
김 대표는 폴크스바겐과 유럽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공장은 건설 방침을 확정하고 부지를 알아보는 단계다. 현재 4곳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3월 헝가리 코마롬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8월 중국 창저우 공장도 착공했다.
SK이노베이션이 공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김 대표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고수하던 '‘선수주 후투자’ 전략을 '선투자 후수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업계에서는 드물게 ‘선수주, 후투자’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공급처가 확보된 상황에서 공장을 지어 투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김 대표는 이미 미국 공장을 수주 없이 짓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급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0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터리 수요가 빨리 늘어나고 있어 생산 공장을 짓고 나서 공급하는 상황이 만만치가 않다"며 전략 변경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의 방향성이 맞다면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투자는 몇 년 후부터는 고스란히 황금알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벌려놓은 사업이 많은 만큼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흑자 전환할 때까지 투자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