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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K9, 'EQ900의 서자' 서러움 떨치고 자존심 회복하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11-02 16: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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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플래그십(기함) 세단 K9의 부활을 자신하고 있다.

기아차는 시장에서 애매모호한 위치로 흥행에 실패했던 ‘1세대 K9’를 넘어 ‘2세대 K9’를 완성차기업들의 자존심 대결장인 고급 대형 세단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기아차 K9, 'EQ900의 서자' 서러움 떨치고 자존심 회복하다
▲ 기아자동차 플래그십(기함) 고급 대형 세단 'K9'.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4월에 출시한 2세대 K9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기아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아차가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9은 10월에 모두 1220대 팔렸다. 출시한 뒤 일곱 달 연속으로 월별 판매량 1천 대 이상을 달성했다.

5~7월에 월 평균 1500대 넘게 팔리다가 9월 들어 판매량이 1천 대를 간신히 넘자 신차 출시 효과가 서서히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반등에 성공하며 의구심을 해소했다.

올해 K9 누적 판매량이 이미 9500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만 대 돌파는 시간문제다.

기아차로서는 ‘K9 연간 판매량 1만 대’라는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가 플래그십 세단 K9을 시장에 처음 선보인 것은 6년 전이다. 당시 기아차는 대형 고급 세단인 ‘엔터프라이즈’의 계보를 이을 차량으로 K9 출시에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1세대 K9의 흥행성적은 처참했다.

기아차는 2012년 5월부터 K9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첫 석 달 동안만 월 평균 1500대를 팔았을뿐 이후 판매량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분변경 모델 출시로 판매량 반등을 노리기도 했지만 2015~2016년 K9 월별 판매량은 200대 안팎에 머물렀다.

1세대 K9의 흥행 실패 요인으로 여러 문제가 꼽히지만 시장에서 애매한 위치가 결정적이었다고 자동차업계는 바라본다.

1세대 K9의 기본 모델 가격은 5천만 원대 초반이었지만 각종 편의사양 옵션을 더하면 8천만 원 중반까지 치솟았다.

고급 대형 세단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서는 8천만 원가량을 들여 K9을 사기보다는 차라리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를 구매하는 것이 나은 선택으로 여겨졌다.

이른바 K9이 ‘회장님 차’가 아닌 ‘부사장님 차’로 불린 이유다.

현대차의 견제도 1세대 K9의 참패 요인으로 꼽힌다.

기아차는 K9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K9이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K9 판매가격을 책정하는 데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아차는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플래그십 세단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2세대 K9 출시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 상품성 대폭 강화와 합리적 가격 책정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는데 집중했다.

기아차는 2세대 K9에 국산차 가운데 가장 높은 기술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차로유지 보조와 안전하차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등 국내 최다 수준의 첨단 편의사양들도 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른 일종의 등급)에 기본으로 탑재했다.

K9 출시 이후 일곱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산차 가운데 K9을 뛰어넘는 기술을 장착한 차량이 없다는 평가가 나을 정도다.

평소에 보이지 않는 주유구에도 패턴 디자인을 적용했을 정도로 내·외부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꾸는 데도 신경을 썼다. 

상품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1세대 모델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가격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K9 가격이 여전히 다소 비싸다는 평가도 있지만 차량 제원 등을 비교해봤을 때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 등 한 등급 높은 차량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아차가 2세대 K9를 출시하면서 합리적 가격에 성능을 더욱 높인 전략을 들고 나온 것도 판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이미 현대차 제네시스의 EQ900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만큼 K9을 보다 싼 가격에 내놓는 기아차의 전략이 실리를 추구하는 30~40대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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