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6인의 LG그룹 계열사 부회장들을 차례로 만나 첫 사업보고를 듣는다.
이번 사업보고회는 11월 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인사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 등 경영성과에 따라 부회장 일부가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구 회장은 로봇이나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과 같은 LG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고 있어 파격적 인재 영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번 사업보고회를 두고 특별히 형식에 얽매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미래 먹거리사업 추진 현황’과 ‘투자 현황’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구 회장이 LG그룹의 혁신을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점은 취임 이후 그의 발언이나 행동에서 공공연히 예측돼 왔다.
그는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미래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조직과 인재를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고 최근에는 기존의 보고서 형식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하고
하현회 전 LG 대표이사 부회장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맞바꾼 ‘원 포인트’ 인사에서도 변화를 향한 구 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재계는 이런 구 회장의 결단을 놓고 LG 계열사 부회장 가운데 가장 공격적 경영 방식을 지닌 권 부회장을 파트너로 선택해 그룹 경영 쇄신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권 부회장, 하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구성된 부회장단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7월에 인사가 이루어진 권 부회장과 하 부회장은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나머지 4인의 부회장 자리에 '
구광모 회장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인사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장사업에서 꾸준히 적자를 보고 있는 조 부회장과 올레드(OLED) 전환투자에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 부회장의 입지가 낙관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LG전자는 8월 자동차용 헤드램프 제조회사 ZKW 인수를 마무리한 뒤 전장사업에서 올해 안에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해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흑자 전환 시기를 2020년으로 미뤘다.
업계는 애초 조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로 부임한 다음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을 근거로 유임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구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사업본부와 적자사업인 스마트폰 사업본부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아 세대교체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부회장의 거취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부회장은 LCD 패널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올레드로의 사업구조 변화를 결심했는데 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환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해 성장 모멘텀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재무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부채비율은 2017년 3분기 90%에서 올해 3분기 119%로 나빠졌고 순차입금 비율도 14%에서 33%로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LCD 패널 가격의 반짝 반등세로 흑자를 냈지만 4분기부터 다시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박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인 전지사업에서 3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차 부회장도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공략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차 부회장은 2011년 승진해 가장 장수하고 있는 임원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구 회장이 40대 총수인 만큼 60대로 구성된 부회장단을 과감하게 물갈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