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 등 국내 자본시장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과 자본시장을 놓고 비관적 시각이 늘어나면서 당분간 반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25일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는 3625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
25일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는 3625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는 10월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4조 원에 이르는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도 7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5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채권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9월 국내 채권시장서 1조912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도했고 10월 들어서도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채권을 팔았다.
보통 주식시장이 침체되면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인다.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이탈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주식시장에서 불안정한 흐름이 채권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셀코리아(한국 금융자산 처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얘기다.
앞으로도 외국인투자자 이탈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중국 경기 전망에 따라 한국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1, 2위 무역 상대국이다. 특히 중국이 가공무역 수출을 줄이면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성장성을 놓고도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화학, 화장품 등 그동안 가파르게 성장하던 산업들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탓이다.
특히 그동안 국내 증시 활황을 이끌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 역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는 많은 양이 중국 전자업체에 공급되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바이오주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고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초기 투자자이자 핵심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셀트리온 지분을 처분하면서 안그래도 식은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테마섹은 최근 셀트리온 지분 2.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9천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테마섹은 셀트리온을 키운 대표적 전략적 투자자로 꼽힌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테마섹이 셀트리온의 기업가치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다. 현재 한미 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2007년 7월 이후 11년2개월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 지속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리 격차가 0.25%포인트 확대되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자금이 15조 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증시 침체와 경기 둔화를 놓고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장 추진력이 식어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직전 분기보다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2.7%도 달성하기 버겁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11월 동결, 내년 금리 인상 가능'이라는 관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국내경기 부진은 당장 11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여러 정황이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나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야 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며 “한국은행도 내외 금리 차이 역전이 자금 유출 또는 금리 인상의 당위성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