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XMT의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이 2025년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XMT의 D램, YMTC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올해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유의미한 수준까지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예고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 보호주의 정책과 반도체 관세 부과가 가시화하며, 한국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넛크래커’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5% 수준에 불과했던 중국 CXMT의 D램 점유율이 올해는 10% 수준까지 치솟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함께 4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0년까지만 해도 0%에 가까웠던 CXMT의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2024년 약 5%까지 높아졌다. 범용 D램인 17~18나노 DDR4와 LPDDR4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 경쟁사보다 10~15% 낮은 수준에 판매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16나노 공정의 DDR5 양산에 들어가, 올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DR5 점유율도 본격적으로 빼앗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이 2024년 3분기 기준 6.0%에서 2025년 3분기에 10.1%로, 처음 두자릿수 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CXMT의 낮은 수율(정품 비율)을 감안하면, 웨이퍼(기판) 생산능력 기준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CXMT의 2025년 4분기 월 웨이퍼 기준 생산능력 점유율은 15.4%로 2024년 4분기(11.8%)보다 3.6%포인트 상승할 것”라며 “이는 미국 마이크론(17.4%)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CXMT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CXMT는 이미 2024년부터 HBM2~HBM2E 제품을 양산하고 있으며, 현재 28만㎡ 규모의 HBM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0년 HBM2E 양산을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기술 격차가 4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것이다.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 기업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 YMTC는 최근 294단 낸드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부터 321단, 삼성전자가 286단을 양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과거 2년 정도 벌어져 있다던 기술 격차가 1년 내로 좁혀지거나, 사실상 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확히 집계된 데이터는 없지만, 업계에 따르면 YMTC의 2024년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YMTC는 2022년 12월 중국군과 연계 의혹 속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후 3D 낸드플래시 시장을 포기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 기술개발과 맞물려 낸드플래시 시장도 호황을 맞으면서 긍정적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반도체 관세 등으로 대외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 중국 YMTC가 최근 294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며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과 기술 격차를 1년 이내로 좁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는데, 관세비율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수출 규모는 4.7~8.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반도체 지원금을 받게 된 만큼, 안정장치(가드레일) 세부 규정에 따라 10년 동안 중국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늘릴 수 없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첨단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넛크래커’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 HBM4 등 첨단 공정에 빠르게 진입하는 ‘초격차’ 전략으로 후발 주자들 추격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의 추격과 미국의 자국 산업 우선주의 압박이 지속된다면,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거 한국 반도체 기업이 일본 기업을 밀어냈듯이,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 밀어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중국 CXMT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강력한 플레이어로 부상하면서, 잠재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의 (메모리반도체) 지배력을 무너뜨렸던 한국의 과거와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