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2월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홀에서 참석자들이 전자IT산업 소부장 연대협력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
삼성전자는 소재·부품·장비, SK하이닉스는 해외 스타트업, LG전자는 국내 스타트업.
국내 대표 정보기술(IT)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중소기업 지분투자에서 차별화된 행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위해, SK하이닉스는 세계적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LG전자는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목적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이들의 투자전략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어떤 성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26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신규투자한 기업 중 최다 투자처는 에스앤에스텍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8월 에스앤에스텍에 659억 원을 투자해 지분 8%를 확보했다.
에스앤에스텍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소재인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하는 곳이다. 일본의 반도체 필수소재 수출규제 이후 중요성이 커지는 소재분야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에스앤에스텍 이외에도 반도체 소재·장비·부품기업에 여럿 투자했다.
투자액 규모 순서로 보면 반도체 테스트장비 제조사 와이아이케이(473억 원), 반도체 식각·세정제를 생산하는 솔브레인(358억 원), 반도체 장비용 부품기업 미코세라믹스(217억 원) 등이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케이씨텍(207억 원), 반도체 공정용 진공펌프 제조사 엘오티베큠(190억 원), 반도체 플라즈마 부품기업 뉴파워프라즈마(127억 원) 등에도 투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직접 투자한 기업 가운데 해외 스타트업인 이노비움과 파세토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었다. 투자액의 90% 이상이 소재부품장비기업에 집중됐다.
정부는 2019년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기업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국내 1위 기업이자 반도체 선두기업으로서 정부 정책과 발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인 삼성SDI 역시 2020년 배터리소재기업인 에코프로비엠, 필에너지 등에 투자하며 유사한 투자행보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들어서도 소재부품장비 투자기조를 이어간다. 최근 반도체 장비업체 에프에스티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430억 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해외 기술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했다.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업계 선두로 도약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미국 반도체설계 스타트업 사이파이브(SiFive)에 357억 원을 투자했다. 미국 메모리기술기업 멤버지(MemVerge), 미국 빅데이터 솔루션기업 빅스트림(Bigstream), 독일 F램 개발기업 FMC 등에도 신규 투자했다.
이 외에 실리콘밸리에 직접 인공지능(AI) 자회사 가우스랩스를 설립하고 기존 투자기업인 타이달스케일, 라이언반도체 등에 추가 투자하는 등 해외투자를 활발히 진행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새로운 판을 짜고 선도하기 위해서 글로벌 기술 리더십(Global Tech Leadership)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해외 기술기업 지분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두번째)가 17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권영수 LG 부회장의 안내에 따라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
LG전자 역시 프랑스 게임 플랫폼기업 블레이드, 캐나다 라이다기술기업 레다테크 등에 투자하기도 했으나 해외보다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 투자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의료기기 개발기업 레메디(16억 원), 의류디자인 소프트웨어기업 지이모션(10억 원), 3D모델링 기술기업 티랩스(10억 원), 인공지능 스타트업 에임퓨처(8억 원) 등이 2020년 LG전자 지분투자를 받았다.
LG전자는 건강관리(헬스케어)분야 투자를 위해 조성한 신한카카오헬스케어 펀드에도 30억 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에는 LG유플러스도 2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가 2020년 사내벤처였다 분사한 룩슨, 별따러가자 등에 투자하는 등 LG그룹 차원에서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LG그룹은 2021년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CNS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혁신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LG그룹의 스타트업 상생협력을 높이 평가했다. 정 총리는 “LG가 동반성장의 모범을 보였다”며 “상생 생태계 조성의 바람직한 모델로 상생의 가치를 널리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