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대신증권은 자본 규모를 늘리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에 성공했다. 교보증권도 11호 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았다.
“올해도 증권사들의 몸집 부풀리기에 따라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지난 4일 만난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의 올해 증권업계 전망이다.
증권업계의 경우 대형사로 거듭날수록 사업 범위 확장과 수익성 확대가 용이하다. 언뜻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진단이지만, 이 실장이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를 전망하는 주된 이유다.
증권사들의 ‘종투 지향’은 불가피하게, 업계 전반의 양극화를 부른다.
이 실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보단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이 실장은 증권업계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 국가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분업이 잘 이뤄져 있는 형태는 오히려 이상적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들의 기업금융(IB) 활동은 그 규모가 작아 초대형 증권사들이 잘 맡지 않으려 하는데 이를 중소형 증권사들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소형 모험자본 시장에 자금 공급이 원활해진다.”
다만 현행 제도에선 증권사의 대형화를 촉진하는 데만 방점이 놓여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종투사(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진입을 목표로 하면서 현재 1~2조 원 수준의 소위 ‘애매한’ 중형사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형사와 대형사 간의 통합을 통해 소위 ‘초대형 증권사’로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한편 올해 증권업계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소형사들에게 비우호적인 환경이 될 것으로 이 실장은 보았다. 따라서 그는 중소형사들이 대형사들과 유사한 사업방식이 아닌 특화된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인수합병(M&A) 등 자문서비스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았다. 동시에 대형사는 해외진출을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한편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두 제도인 종투사와 중소기업특화증권사(중기특화사)에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중소기업에 자본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는 역할이 겹치고 있어서 제도적으로 정비가 필요하다.”
한편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증시 수수료를 무료로까지 하면서 출혈경쟁에 나선 데 대해서는 올바른 시장경쟁의 일환이라고 보았다.
“수수료 경쟁으로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미국증시 수수료가 줄어든다 해도 국내증시보다는 여전히 높으므로 오히려 파이(전체 규모)가 커질 것이다.”
올해 증권업계 업황 전반에 대해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IB와 부동산 등이 약세를 보이고 위탁매매와 자기매매가 수익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자기매매 부문에선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국내증시 위탁매매에서는 지난해 국내증시가 모든 악재를 소화한 상황이므로 올해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편 트럼프 2기 정부발 증권업계 규제 완화 분위기에 대해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국내에 직접적으로 미국과 유사한 정책들이 나오진 않겠지만 시장환경 측면에서는 우리 금융산업도 동조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지난해 파두사태 등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잡음에 대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바라봤다.
최근 산업에선 무형의 가치가 더 커졌기 때문에 완전히 엄밀한 의미에서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행과 같이 지나치게 IPO 규제가 많으면 서비스경쟁이 아닌 수수료 경쟁을 부추기게 된다. 따라서 제도적 규제보다는 하나의 선도적인 증권사가 나와서 IPO 시장을 이끌어주는 게 중요할 것이다.”
이 실장은 서강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2006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뒤 주로 IPO 시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