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너 3세인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팀 전무가 그룹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오리온에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색깔이 많이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룹을 최대한 빨리 오너경영체제로 되돌리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15일 재계에서는 담서원 전무의 빠른 승진을 놓고 하루빨리 오리온을 대표하는 인물로 키워 ‘젊은 오너기업’ 이미지를 가져가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담 전무는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입사 3년5개월 만에 전무를 달았다. 상무로 승진한 지는 2년 만이다.

담 전무와 비슷한 또래인 식품업계 오너 3세들과 비교해 봐도 담 전무의 승진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전무는 입사 후 전무를 달기까지 5년8개월이 걸렸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은 입사한 지 5년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상무 타이틀을 달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직원들과 비교하면 승진이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담 전무가 1989년생으로 다른 오너 3세들과 비교해 4~5살 정도가 많고 입사 전 다른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도 고려한 승진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담 전무의 승진 속도를 봤을 때 식품업계 오너 3세들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경영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오리온그룹이 담 전무 몸집키우기에 힘을 쏟는 이유도 담철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의 그룹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2013년 11월 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함께 오리온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담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2014년부터 실질적 경영과 대외활동은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겸 오리온 부회장이 맡고 있다.

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오리온에서 담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대표상품인 ‘초코파이’가 모방제품으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선생님과 경비원, 삼촌 등을 소재로 한 ‘정’ 시리즈 광고를 내보내 차별화에 성공했다.

2006년에는 창사 50주년을 기념해 담 회장이 초코파이 광고에 직접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담 회장은 CM송도 직접 불렀다. 닥터유와 마켓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은 것도 담 회장이다.

하지만 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10년이 넘었고 신세계그룹에서 이직한 허 부회장이 그 기간 오리온의 성장을 이끌면서 오리온그룹에서 담철곤 회장의 색깔이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담 회장이 담서원 전무를 내세워 오리온에 새로운 색깔을 입혀보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오리온하면 떠오르는 대표 제품이 여전히 초코파이인 만큼 젊은 이미지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담 전무는 오리온에 입사하기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1년 정도 근무했다. 카카오만의 젊은 기업 문화를 경험한 담 전무는 지금도 직원들과 격의 없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소탈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 승진 때는 물론 지금도 개인 집무실을 만들지 않았다.

그는 2021년 4월 오리온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인공지능(AI)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할 때 실무를 담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빈자리를 잘 메꿔온 허 부회장이 1960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고 담 회장은 그보다 나이가 더 많은 1955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경영승계에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담 전무 입장에서는 허 부회장 체제에서 오리온이 좋은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에 경영승계 명분을 얻으려면 그룹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담 전무가 그동안 경영관리와 경영지원 등 그룹 전반을 살펴보는 부서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3월 리가켐바이오 이사회에 합류다는 점을 생각하면 리가켐바이오를 어떻게 키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관계자는 “리가켐바이오 본사가 대전에 있는데 담 전무가 매주 대전에 내려가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리가켐바이오 업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그룹은 리가켐바이오 인수에 5485억 원을 투자했다.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됐고 리가켐바이오가 오리온그룹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만큼 리가켐바이오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담 전무에 대한 평가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담 전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오리온그룹 지분을 승계할지는 과제로 남아있다. 담 전무는 오리온홀딩스 지분 1.22%, 오리온 지분 1.23%를 가지고 있다.

오리온홀딩스 최대 주주는 담 전무의 엄마인 이화경 부회장으로 지분율은 32.63%다. 담철곤 회장이 28.73%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오리온 최대 주주에는 오리온홀딩스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분율은 37.37%다. 이화경 부회장이 4.08%, 담철곤 회장은 0.46%를 보유하고 있다.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오리온홀딩스 주식 가치가 14일 종가 기준으로 5708억 원에 이르는 만큼 증여 방식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상속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