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백화점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을 것으로 파악됐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13일 “1분기 유통업체들 실적은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다”라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2022년도의 높은 실적 베이스와 국내 소비의 해외 이전 효과 등 기존점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고 바라봤다.
▲ 1분기 주요 유통업체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을 것으로 추정된 가운데 유통업종 최선호주로 호텔신라가 제시됐다. |
백화점의 기존점 성장률은 1분기에 3~4%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됐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일회성 비용 및 기타 연결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2%, 11%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편의점업체도 이익 확대가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 덕분에 자가진단키드 매출이 급증했었지만 올해는 이런 효과가 전혀 없었다.
대형마트는 오히려 영업이익이 후퇴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공휴일 수가 3일 적었다. 이마트는 1분기 기존점 성장률이 –0.7%를 보이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진 모습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반적 소비심리가 좋지 않은 것이 유통업체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물가와 가계대출이자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자산 소득이 빠르게 위축됐다. 고용과 임금의 선행지표인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여행 증가도 유통업체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1~3월 인천국제공항 출국 여행객 수는 568만 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936%나 늘었다.
소비가 서비스 지출로 옮겨가는 가운데 가격 인상 폭이 컸던 식료품과 내구재 소비 지출은 둔화했다.
다만 해외여행 확대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은 면세점은 투자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 연구원은 “유통업종의 중장기 최선호주는 호텔신라다”라며 “호텔신라는 단기적으로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수요, 중기적으로 중국 여행 회복에 따라 점차 실적 개선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호텔신라는 실적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면세점 사업에서 2분기부터 점차 판매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소비 환경이 1월을 저점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주요 소비 행사를 앞두고 중국 보따리상들도 재고 확충을 이어나가기 위한 면세점 쇼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호텔과 레저 사업에서도 지난해 낮았던 기저효과 및 양호한 투숙률에 힘입어 올해 매출과 이익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 연구원은 “좋아지는 방향성은 맞지만 시기와 폭의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며 “지표가 긍정적으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호텔신라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