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모두 올해 적자 폭을 지난해보다 줄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수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올해 고부가가치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수주목표를 달성했고 과거 조선3사를 괴롭혔던 저가수주 물량도 상당 부분 털어낸 만큼 내년에는 실적 반등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내년 흑자시대 연다, 저가수주 털고 원자재 가격도 인하 전망

▲ 12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올해도 여전히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가수주 물량을 본격적으로 해소하는 내년부터는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2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조선3사의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 합계는 2조 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으로 조선3사 모두 영업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영업손실 합계 4조4515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한 것이지만 상반기까지 이어진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충당금 반영, 저가수주 물량의 실적 반영 등으로 여전히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추정치를 평균하면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3500억 원가량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영업이익 744억 원을 냈지만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한 지난해(영업손실 1조3848억 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은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먼저 분기 기준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와 2분기 모두 적자를 보며 상반기 영업손실 6615억 원을 냈지만 3분기 영업이익 1887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은 3분기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일회성 비용 반영이 멈춘 상황에서 계열사들의 원가절감과 공정 효율화를 꾸준히 추진해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가 부회장은 올해부터 오너3세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한국조선해양을 이끌며 실적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회사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경영 정상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615억 원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손실 1조7547억 원에 이은 2년 연속 적자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에는 철강가격 상승에 따른 충당금 반영으로 영업손실을 봤다. 3분기에는 하청노조 파업 등에 따른 해양플랜트 분야 공정지연 영향으로 영업손실 6278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재계 7위 한화그룹으로 인수 작업이 별 탈 없이 진행되는 것은 앞으로 실적 반등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은 마감 시한인 19일 안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현장 실사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물리적으로 저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한화그룹 인수단이 노조에 고용 보장, 협약 승계 등을 보장하며 갈등 소지를 줄였고 기업결합심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이끌어왔다.

박 사장은 하청노조 파업 등에 홍역을 치렀고 실적 개선에도 실패했다. 다만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최근 노조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며 반등을 위한 기틀을 쌓아가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까지는 기나긴 적자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3120억 원에 이어 올해도 영업손실 5744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8년 연속 영업적자가 사실상 유력하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대표이사에 취임한 정진택 사장은 적자 속에서도 지난해 말 1조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고 특히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매각에 속도를 내며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다졌다.

삼성중공업은 재고 드릴십 5척 가운데 1척을 완전 매각하는 데 성공했고 4척은 국내 사모펀드(PEF)가 설립한 합자회사 큐리어스크레테에 넘겼다. 삼성중공업도 큐리어스크레테에 출자해 드릴십 4척이 매각되면 수익을 배분받는다.

또 내년부터는 부회장으로 승진한 ‘플랜트 전문가’ 최성안 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와 삼성중공업 공동대표체제를 갖추며 장점인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실적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 부회장, 박 사장, 정 사장 모두 미래 실적으로 이어지는 수주를 풍부하게 확보하며 내년부터 실적 전망을 밝히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신규수주 230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은 104억 달러, 삼성중공업은 94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주목표 달성률을 보면 한국조선해양이 132%, 대우조선해양이 117%, 삼성중공업이 107%다.

특히 2021년 이전 일감부족 탓에 저가로 수주할 수밖에 없었던 물량들을 도크(선박 건조시설)에서 점차 비워내고 고부가가치선박인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채우고 있어 내년에는 실적 반등의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조선3사는 수주한 선박 280여 척 가운데 40%가 넘는 120여 척을 LNG운반선으로 확보했다. 수익성 높은 선박의 반복건조 효과까지 더해 가파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최근 2년 동안 조선3사를 괴롭혔던 후판 가격 상승 문제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조선3사 수장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올해 3월초 톤당 162.75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경기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하락 우려에 10월 말 톤당 79.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에 후판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피해,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철광석 가격이 12월 초 다시 톤당 110달러 대로 상승하면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줄다리기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톤당 60만 원 선에서 올해 상반기 톤당 120만 원 선까지 오른 후판 가격의 인하폭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조선3사가 과거와 같이 충당금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조선3사의 평균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국조선해양이 9303억 원, 대우조선해양이 2360억 원, 삼성중공업이 1161억 원이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조선업체의 신용도 방향성을 결정할 실적 반등의 핵심은 저선가 수주물량 소진이고 그 시점은 2023년이 될 것”이라며 “조선업체마다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늦어도 2023년 하반기 이후에는 저가수주 물량이 상당 부분 해소되며 순차적으로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