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가 삼성중공업의 재도약을 준비한다.

최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서 30년 이상 일한 플랜트 전문가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내년부터 ‘부유식 천연가스 액화·저장·하역설비(FLNG)’를 중심으로 해양플랜트에서 다수의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Who] 플랜트 전문가 최성안, 해양플랜트로 삼성중공업 도약 이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사진)가 '플랜트 전문가'로써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을 통해 재도약에 힘을 실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7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이날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에 내정된 최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8년부터 최 부회장 대표체제 이후 지난해까지 실적이 대체로 확대됐다. 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삼성엔지니어링 영업이익도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감소폭은 8.6%에 불과했다. 힘든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도 2021년 매출 기준 2년4개월치 일감인 17조8천억 원어치를 확보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한 최 부회장이 삼성중공업에 합류하면서 삼성중공업 실적 회복을 향한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부회장이 플랜트 전문가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사업을 통해 재도약에 속도를 더욱 낼 수 있을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최 부회장은 1989년 삼성엔지니어링 화공사업팀에 입사한 뒤 삼성엔지니어링에서만 30년 넘게 일해왔다. 특히 플랜트사업1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오를 만큼 플랜트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평가된다.

최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육상플랜트 노하우를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역량에 접목한다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목표를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억 달러, 15억 달러로 잡으며 수주에 의욕적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수주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해양플랜트사업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배럴당 60달러 선을 웃돌고 있어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지닌 FLNG를 중심으로 여러 건의 해양플랜트 수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인도된 FLNG 4척 가운데 3척을 건조했다. 또 FLNG 분야에서는 한 번도 손실을 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좋은 수익성을 확보할 역량도 보유했다.

삼성중공업은 매월 발표하는 IR자료에서 꾸준히 “친환경 이슈에 따른 LNG수요 증가 전망으로 FLNG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된다”며 “동남아시아, 멕시코만, 중남미, 아프리카 등 FLNG 프로젝트 협의 안건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기존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과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삼성중공업을 이끌게 돼 최 부회장이 해양플랜트에서, 정 사장이 상선 부문에서 각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체제가 갖춰질 수 있다.

정 사장도 과거 리스크관리(R&M)팀장을 맡으며 리스크 높은 해양플랜트 사업관리에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정 사장은 영업팀장, 기술개발본부장, 조선소장 등 30여 년 동안 삼성중공업 업무를 두루 거친 점을 봤을 때 최 부회장 합류와 함께 최근 많은 일감을 확보한 상선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상선 부문 수주 호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도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5186억 원을 봐 연간 적자가 유력하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한 점에서 미래는 밝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현재까지 수주한 선박(129척 가운데) 45% 이르는 58척을 고부가가치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으로 채워 향후 흑자전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또 재무구조 악화의 주요 요인인 재고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리스크도 사실상 모두 털어냈다.

삼성중공업은 6일 이탈리아 사이펨에 용선계약을 맺었던 드릴십 1척을 2991억 원에 최종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또 5월에는 국내 사모펀드(PEF)가 설립한 합자회사 큐리어스크레테에 드릴십 4척을 1조 원에 매각했다. 

삼성중공업은 큐리어스크레테에 5900억 원을 출자해 드릴십이 재매각되면 그 수익을 배분받는다. 큐리어스크레테는 삼성중공업에서 인수한 드릴십 4척 가운데 2척의 매각을 성사했고 현재 남은 2척의 매각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또 지난해 말 1조3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실적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부터는 LNG운반선 위주의 제품 구성으로 본격적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을 거쳐 삼성중공업에 자리를 잡으면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다시 추진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경영 효율성, 시너지 향상 측면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역할에 고심해왔고 실제로 2014년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최성안 부회장은 지난 5년 동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맡아 끊임없는 혁신활동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기존 정진택 사장과 함께 삼성중공업을 맡아 사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