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끝에 결국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며 경영 보폭을 축소하게 됐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뉴욕 지방법원은 머스크 CEO의 거취 등을 놓고 테슬라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합의한 내용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머스크 CEO가 최근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를 비공개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뒤 증권거래위가 그를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한 뒤 양쪽은 합의에 이르렀다.
머스크 CEO는 합의 내용에 따라 2천만 달러(약 225억 원)의 벌금을 내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 최소 3년 동안 복귀할 수 없게 됐다. CEO는 그대로 유지한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 창업주이자 혁신가의 '상징'으로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는데 잇따른 구설수와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불명예를 안게 됐다.
머스크 CEO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돌출된 행동으로 테슬라 주주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다.
그는 4월1일 만우절을 맞아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주주들이 테슬라의 재무 상황을 지적하자 "지루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무책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테슬라가 최근까지 주력 차종인 '모델3'의 양산이 목표를 크게 밑돌고 재무구조도 갈수록 나빠지던 상황에서 주주들은 머스크 CEO가 더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테슬라 상장 폐지 계획까지 거론한 것은 여러 차례 불붙었던 머스크 CEO의 책임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슬라는 머스크 CEO가 트위터 등을 통해 내놓는 회사와 관련된 발언을 이사회에서 먼저 승인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에도 합의했다.
향후 추가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실상 그의 발언권을 막은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는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통해 "SEC와 합의는 테슬라에게 약을 처방받은 것과 같은 일"이라며 "이사회가 머스크 CEO에게 사실상 보호자와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머스크 CEO는 애플 브랜드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 전 CEO와 종종 비교된다. 잡스가 애플을 키운 것과 같이 테슬라의 창업과 성장을 머스크 CEO가 사실상 홀로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브스는 잡스 전 CEO가 애플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와 경영진을 이끌어온 반면 머스크 CEO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다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에서 잡스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UBS는 포브스를 통해 "머스크 CEO에 힘입어 혁신기업으로 이미지를 구축했던 테슬라가 그를 대체할 인물을 찾아 리더십을 재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반면 이번 사태가 머스크 CEO에게 거대 기업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로 더욱 성숙한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값비싼 수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전문지 INC는 "머스크 CEO는 마침내 기업 경영자의 발언이 갖춘 영향력과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쉽지 않은 일을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