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자칫하면 연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는 8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금융감독원 회계 감리에 발목이 잡혀 아직 증권신고서를 내지 못했다.
증권신고서 제출을 위해서는 감리가 필수로 요구된다. 당초 8월 말까지는 감리 절차가 끝날 것으로 점쳐졌는데 일정이 2주 가까이 미뤄진 셈이다.
추석 연휴가 사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사실상 9월 공모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보다 두 달 먼저 감리에 들어간 카카오게임즈는 감리 결과가 계속 나오지 않자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감리가 10월을 넘기면 연내 상장이 불가능해질뿐더러 상장 예비심사를 다시 거쳐야할 수도 있다. 현행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6개월 안에 상장을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이다.
'135일 룰'도 문제다.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할 때에는 발행사 결산자료의 작성 기준일로부터 135일 안에 납입 등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한다. 현대오일뱅크가 반기 결산자료(6월 말)를 바탕으로 공모를 진행하려면 10월 중순까지는 수요예측 및 일반투자자 청약과 납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금감원이 감리에서 면밀히 보고 있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종속기업이었던 현대쉘베이스를 관계기업으로 바꿔 재무제표를 수정한 부분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쉘베이스 지분을 60% 보유하고 있다. 원래는 현대쉘베이스를 연결재무제표에 편입해 100% 수익을 인식해왔지만 7월에 지분율 만큼만 수익을 인식하는 내용으로 사업보고서를 정정해 공시했다. 이를 2012년부터 소급해 적용하면서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은 10%가량 줄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순이익을 부당하게 부풀렸다는 분식회계를 의심받은 만큼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결정으로 여겨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오일뱅크 몸값을 낮춰서라도 올해 안에 상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며 “현대중공업지주는 최대한 이른 상장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상장 추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주사 차원에서 관리 중이다.
권오갑 부회장은 2011년에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상장을 추진했지만 국제유가 하락, 경제 위기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줄어들어 2013년 상장을 포기했다.
이번이 두 번째 시도인 만큼 의지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오일뱅크를 놓고 “9~10월이면 상장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상반기 기준으로 단기 금융부채 1조668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7천억 원~8천억 원의 상환 시기가 연내 돌아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