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회장은 지난해 북핵 위기를 이유로 당초 국내 건설 예정이었던 3공장을 해외에 짓겠다고 전격 발표했는데 이후 3공장 후보지 선정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이 셀트리온 3공장 최종 후보지로 꼽히고 있는데 최근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며 해외가 아닌 국내에 3공장을 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셀트리온 3공장, 이슈로 다시 떠올라
셀트리온은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제3공장 부지 선정 등의 사항은 전혀 결정된 바가 없음을 명확히 전해드린다”며 “셀트리온은 이 사안을 놓고 시간적 여유를 두고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며 부지 선정은 국내를 비롯해 해외 국가들까지 다각도로 분석해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3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이날 싱가포르 3공장 추진 보도와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 요구 공시의 답변에서도 “제3공장 부지 선정은 검토 중으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의 3공장 건설 부지 선정은 바이오업계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36만 리터 규모로 계획된 3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이 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송도에 5만 리터 규모의 1공장과 9만 리터 규모의 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1공장은 5만 리터 증설공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3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의 생산시설은 55만 리터에 이른다.
론자, 베링거인겔하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경쟁사들보다 생산규모 면에서 1.5~2배나 커지는 것이다. 바이오의약품은 ‘규모의 경제’ 법칙이 통할 때가 많아 생산시설이 클수록 원가 경쟁력에서 유리하다.
셀트리온의 3공장 부지는 최근까지 베트남이 유력 후보지로 꼽혀왔다.
올해 5월 베트남 언론을 통해 장신재 셀트리온 사장이 베트남을 방문했다는 사실과 8억 달러를 들여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셀트리온 창업 멤버로서 현재 제3공장 추진 태스크포스(TF)부문장을 맡고 있다.
서 회장도 올해 6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18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3공장은 동남아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며 올해 안에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싱가포르가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바이오폴리스’라는 바이오산업단지가 셀트리온의 3공장 후보지로 떠오른 것이다.
바이오폴리스는 머크, 화이자, 노바티스, GSK 등 40곳 이상의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구소와 생산공장을 짓고 경쟁하는 곳으로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메이저리그’에 해당한다.
의약품은 인종과 민족에 따라 효능이 다르기에 임상을 골고루 해야 하는데 싱가포르는 중국·일본·인도 등 거대 아시아시장의 교집합에 가깝고 항공 및 해상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는 공용어도 영어라 의사소통도 편리하다.
싱가포르 정부의 주도하에 첨단 연구 인프라와 우수 인력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폴리스에 모여 연구개발과 생산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셀트리온이 3공장을 싱가포르에 짓는다면 이는 셀트리온이 스스로 ‘이제 셀트리온은 세계 메이저 제약바이오기업들과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고 선언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수출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추가 생산 물량에 대해서는 해외 소재 대형 위탁생산(CMO) 회사와 8만 리터 계약을 체결해 하반기 시험생산 이후 양산을 목표로 제반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9만 리터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공장 추가 건설을 미리 계획해왔다.
셀트리온은 송도에 ‘셀트리온 캠퍼스’라고 불리는 거대한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3공장 건설 부지도 사업 초창기부터 선정해놓았다.
셀트리온은 2016년 5월 이사회를 열고 기존 송도 본사 부지에 12만 리터 규모의 3공장을 신설하고 1공장도 5만 리터를 증설해 모두 31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17년 북핵 변수가 발생하면서 3공장 건설 계획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을 위해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해외 파트너사들이 북핵 위기 때문에 전쟁 얘기를 많이 하면서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며 “전쟁이 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하지만 파트너사들의 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3공장을 해외에 지을 것이고 부지 선정은 내년 상반기 안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서 회장은 갑자기 3공장의 건설 기준이 ‘원가 경쟁력’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올해 초 JP모건 콘퍼런스에 연설자로 나서 “제3공장 생산능력을 기존에 발표했던 12만 리터보다 3배 많은 36만 리터로 확대해서 지으려고 한다”며 “기존 계획보다 3배 큰 공장 신설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품질 관리를 근거로 들며 3공장을 선진국에 지어야 한다고 내비치기도 했다.
서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무균 시설이기 때문에 후진국에서는 불안해서 못 한다”며 “현재도 위탁생산(CMO)를 미국·유럽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6월 서 회장은 원가 경쟁력을 기준으로 내세우며 동남아도 후보지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부지 선정 시기도 올해 하반기로 미뤘다.
셀트리온이 원래대로 국내 송도에 3공장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셀트리온이 19일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3공장 후보지로 ‘국내’ 역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 3공장을 짓겠다고 해온 서 회장의 발언이 다시 뒤집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놓고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서 회장을 고심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송도에 3공장을 건설하면 부지를 이미 확보했기에 공장 건설에 ‘속도전’이 가능하고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