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새로 인수한 오렌지라이프를 '하나의 신한'으로 끌어안는 데 힘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한동안 생명보험회사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투 트랙'으로 운영한 뒤 여건이 성숙되면 한 법인으로 합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1년에 도입되기 때문에 그 전에 두 생명보험회사를 합병하는 것이 신한금융지주에 유리하다. 새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생명보험회사는 지급여력 비율(RBC)을 2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지급여력 비율은 6월 말 기준으로 각각 174.3%, 440.9%다. 두 회사를 합병하게 되면 지급여력비율은 여유 있게 200%를 웃돌게 돼 신한금융지주로서는 추가 자본확충의 부담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의 신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오렌지라이프가 결국 신한금융지주로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조 회장은 3일 신한금융그룹 창립 17주년 행사에서 “신한금융그룹을 아시아 선두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원 신한(하나의 신한)’”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01년 지주회사 설립 뒤부터 회사를 인수한 뒤 일정 기간 법인을 유지시키며 운영하다 합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3년 조흥은행, 2006년 LG카드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한금융지주가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한 뒤 2006년에 합병해 통합 신한은행을 출범한 사례는 '선 (조직문화) 통합 후 (법적) 합병'의 대표 사례로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사례 연구과제로 선정돼 케이스 스터디 교재에 실렸을 정도다.
조흥은행은 1897년에 한성은행으로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었다. 당시 조흥은행 직원들은 근무조건, 승진 등 현실적 문제를 비롯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까지 더해져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인수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2년 이상 조흥은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흥은행 직원들의 급여수준을 신한은행과 동등한 수준으로 높이고 인사적체를 해결했다.
통합은행의 이름을 신한은행으로 하면서 간판은 바꿨지만 법적 법인은 조흥은행으로 한동안 유지하고 두 은행 직원 모두가 서로 융화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서서히 진행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11년만의 대형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비슷한 과정을 다시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직원 구성, 조직 문화 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보험설계사 구성부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크게 다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신한생명은 전체 보험설계사 7165명 가운데 82.3%가 여자이고 평균 연령은 46세다. 오렌지라이프는 전체 보험설계사 5494명 가운데 71.4%가 남자이고 평균연령은 36세다.
조직문화도 신한생명은 수직적 직급체계를 지닌 전형적 한국 기업이지만 오렌지라이프는 비교적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진 외국계 회사의 색채가 뚜렷하다.
영업지역도 신한생명은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지만 오렌지라이프는 전체 영업점의 절반 이상이 서울 강남에 집중돼 있다.
신한금융지주로서는 두 회사의 차이점이 양날의 검일 수 있다. 문화적 융화없이 급하게 합병을 진행하면 부작용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충분한 이해가 조성되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조직구성, 영업지역, 판매방법, 주력상품 등 아주 많은 부분이 다르다”며 “두 회사의 합병이 간단하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장기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