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이 농업 특화 보험상품으로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지주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생명보험업계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생명보험회사 자산 규모는 2018년 5월 말 기준으로 삼섬생명이 258조2881억 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이 각각 112조5824억 원, 98조8327억 원, 64조4416억 원으로 상위권 생명보험 회사로 꼽힌다.
NH농협생명 뒤로는 자산 규모가 절반아래로 떨어져 30억 원대의 미래에셋생명,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동양생명, 신한생명 등이 뒤쫓고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가 5일 이사회를 통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규모를 더하면 62조 원으로 단숨에 NH농협생명의 턱 밑까지 따라 붙게 된 것이다.
NH농협생명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NH농협생명이 아무 상품이나 취급하며 서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이라는 정체성에 맞춰 농업 특화상품을 내놓으며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보험인 ‘농업인NH안전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산재형을 새로 선보였는데 시장 반응이 매우 좋다. 농업인은 다른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산재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8월 말 기준으로 농업인NH안전보험의 가입자는 전체 농업인의 60% 정도인 74만5761명이다.
NH농협생명은 5월에 농가의 특성을 고려해 고령 유병자를 겨냥한 ‘9988NH건강보험’을 선보였다. 9988NH건강보험은 2개월 만에 3만 건이 넘게 팔렸다.
7월에는 삼성생명과 함께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유병력자를 위한 실손의료비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NH농협생명은 농가 특성에 맞춘 상품에 주력하고 있어 다른 생명보험사와는 경쟁의 방향이 다르다”며 “앞으로도 농업에 특화된 보험상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 특화상품의 개발은 NH농협생명뿐만 아니라 NH농협금융지주의 전체적 전략이기도 하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농협금융을 3대 금융그룹 또는 4대 금융그룹으로 분류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농협금융은 특수금융회사로 일반 시중은행의 금융그룹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와의 경쟁이 당장 격렬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NH농협생명으로서는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 여유가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바라본다. 두 회사의 문화와 성격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중복 점포 정리, 조직 통합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의 적정성 판단은 앞으로 시너지 발생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며 “두 회사의 인적구성과 조직문화가 달라 조직 마찰에 따른 역시너지가 발생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