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자마자 8년 만에 계열사 상장을 준비하는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이 앞으로 수년에 걸쳐 이뤄질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경영권 승계 과정을 이끌 것으로 바라본다.
금 부회장이 그동안 한화그룹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해 온 만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또다시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할 가능성도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배구조에 변화를 꾀하기 위해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대기업집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통합하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난 뒤에도 한화시스템의 상장을 준비하며 지속적으로 지배구조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계열사 상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2008년부터 준비해 2010년 상장한 한화생명보험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한화시스템의 상장이 앞으로 수년에 걸쳐 이뤄질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으로 요약되는데 2분기 기준 3형제의 한화의 보통주 지분은 7.8%에 그친다.
3형제의 지배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최근 1년 동안 계열사의 분할과 합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난 만큼 앞으로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한 대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질 될 때가 많았다.
시장에서는
금춘수 부회장이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변경을 비롯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금 부회장은 김창범 부회장, 차남규 부회장 등 현재 한화그룹에 있는 3명의 부회장 가운데 가장 선임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하기 전부터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오랜 기간 이끌어
김승연 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
금 부회장이 그동안 한화그룹에서 굵직한 인수합병을 도맡았다는 점도 경영권 승계 작업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왼쪽)이 2017년 7월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 호프미팅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3형제가 지분을 100%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을 활용해 한화의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이 큰데 인수합병은 계열사 상장과 함께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한화그룹은 기본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그룹으로 금 부회장은 2000년대 이후 이뤄진 인수합병에 크게 관여했다.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삼성그룹 계열사 인수, 2016년 두산DST의 인수는 직접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 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화가 지배구조 변경을 추진하기 위해 지주경영부분을 새롭게 만들고 금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는 말도 나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가 지주경영부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금 부회장은 현재 한화 소속으로 특별히 맡고 있는 직책은 없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적으로 협업이 필요한 부분을 조율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 부회장이 현재 한화시스템 상장 등 그룹사 지배구조 변경 문제와 관련해 관여하고 있는 것은 전혀 없다”며 “한화시스템 상장은 통합 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에서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