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LCD와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새 아이폰 3종을 동시에 출시하며 사업 전략에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고가 아이폰의 판매 비중과 성공 여부, 경쟁사의 올레드패널 공급 비중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가 하반기 실적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4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의 올해 새 아이폰 출시 전략을 놓고 업계의 예측이 크게 엇갈린다.
애플이 '아이폰9'로 추정되는 LCD 패널 탑재 모델과 '아이폰XS'로 예상되는 올레드 패널 탑재 모델 2종을 동시에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오래전부터 유력했다.
하지만 새 아이폰의 가격과 성능 차이 등 핵심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이 올해 가격을 낮춘 LCD 탑재 아이폰을 주력으로 내세울지, 혹은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고가 모델의 판매에 집중할지가 가장 관건으로 꼽힌다.
지난해 999달러부터 시작하는 고가의 '아이폰X'은 애플의 수익성 개선에 큰 효과를 냈지만 판매량은 예상보다 부진해 시장 점유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이 고가 아이폰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올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며 "올레드 탑재 아이폰의 수요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애플이 아이폰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 반등을 위해 올레드를 적용한 아이폰보다 가격이 낮은 LCD 탑재 모델의 판매 비중을 적극 늘리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애플이 LCD 아이폰의 성능과 기능을 상대적으로 크게 낮춰 올레드 아이폰과 차별화하며 고가 모델의 구매를 적극 유도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대만 KGI증권은 중저가 부품을 탑재한 아이폰9의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배터리, 메모리반도체 용량과 인터넷 속도가 모두 아이폰XS보다 크게 낮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이폰9에 최신 프로세서가 탑재되지 않아 성능이 비교적 떨어지고 듀얼 카메라와 3D터치 등 특수 기능도 아이폰XS 시리즈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폰9와 아이폰XS 시리즈 판매 가격이 200~300달러 정도 차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능 격차도 크게 벌어진다면 소비자 수요가 아이폰XS에 몰릴 공산이 크다.
아이폰9와 아이폰XS의 판매량 비중을 놓고 증권사들의 예측도 엇갈리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CD 아이폰의 연간 판매량이 6500만 대, 올레드 아이폰이 7500만 대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고가 아이폰에 대거 쏠릴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레드 탑재 아이폰의 판매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칠 것이라며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LCD 아이폰에 소비자가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의 판매 전략 변화는 올레드 패널 주요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에 큰 변수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아이폰용 올레드 패널의 독점 공급업체로 자리잡았지만 아이폰X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상반기 영업이익이 급락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올해 올레드 패널을 탑재하는 아이폰XS 시리즈가 출시되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LCD 아이폰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올레드 공급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
이 연구원은 "애플의 아이폰용 올레드 수요가 6400만 대 분량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LCD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 5100만 대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새 아이폰의 판매 전망 자체도 그리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올해 처음 아이폰용 올레드 패널을 생산하게 된 LG디스플레이의 공급 비중도 아직 미지수다.
애플이 LCD 탑재 아이폰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도 대량으로 사들인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큰 폭의 실적 반등을 노리기 어려워진다.
반면 애플이 올레드 아이폰의 판매 비중을 끌어올리면 삼성디스플레이에 큰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LCD패널업황 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어 아이폰용 올레드 패널 공급의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9월12일 새 아이폰 출시행사에서 공개될 LCD와 올레드 아이폰의 가격 차이 등이 관련 부품업체의 실적과 주가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