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지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현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정면으로 공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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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김 대표는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 국민의 65%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였다”며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도 이날 김 대표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유 원내대표는 3일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솔직하게 밝히고 앞으로 세금을 더 올려서 복지를 더 할 거냐, 아니면 세금을 더 올리지 않고 복지를 현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축소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를 여야가 합의해서 국민들께 설명을 드리고 동의를 받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한 목소리로 사실상 증세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 증세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연말정산 파문으로 민심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조세형평성 문제가 증세논의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3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소득세의 실효세율은 2009년 10.6%에서 2013년 11.3% 올랐다. 실효세율이란 납세자가 실제 낸 세금을 원래 과세 기준이 되는 금액으로 나눈 것이다. 공제나 감면 혜택분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법정세율보다 낮다.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2010년부터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0.8%, 2011년 11.0%, 2012년 11.1% 등이다.
종합소득세 실효세율도 근로소득세와 비슷하게 2011년 18.19%에서 2013년 18.28%로 상승했다.
반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9년 19.6%에서 2013년 16.0%로 4년 동안 3.6%포인트 낮아졌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도 하락률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은 2009년 21.0%에서 2013년 17.1%로 4%포인트 가까이 내려갔는데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15.3%에서 12.3%로 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결국 대기업들은 해가 갈수록 세금을 덜 내고 개인과 중소기업들은 더 내고 있다는 뜻이다. 여당 내에서도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증세론에 공감을 표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세수 부족이 불 보듯 훤한 상황에서 조세형평이 전제되지 않는 증세는 결국 담뱃세 인상이나 연말정산 논란에서 보듯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29일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어떻게 증세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며 “박근혜 정부는 탈세 줄이고, 비과세 감면 줄이면서 우선 걷을 수 있는 것을 다 걷으려 했다. 이것이 박근혜식 증세인데 이제 (이 방식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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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
나 수석부의장은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를 전혀 건드리지 않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다”며 “법인세도 조금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법인세 인상 여지를 열어놓았다.
야당도 올해 들어 부자감세 철회와 법인세 정상화를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에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서민증세 꼼수 쓰지 말고 부자감세 철회와 법인세 정상화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에 이어 여당까지 증세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달 22일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인상할 경우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법인세 불가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최 부총리는 “연말정산 환급과 관련한 과도한 걱정 때문에 증세 논의가 불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증세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는 등 민심 이반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는 데다 새누리당의 당권실세들까지 법인세 인상논의에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여 정부 정책기조에 변화의 흐름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