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공직을 떠난 뒤 10년 넘게 하이닉스반도체와 한국지멘스 등 민간기업을 이끌었다.
민간DNA를 보유한 만큼 수익성 개선을 한국전력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이를 개선해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공기업 경영의 좋은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장에 오른 지 4개월, 한국전력 주주들에게 김 사장의 약속은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주가는 7일 장중 한때 3만25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저가를 새롭게 썼다.
한국전력 주가는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 사용이 크게 늘면서 7월 말 잠시 고개를 드는 듯했다.
하지만 7월31일 전해진 영국 원전 수출과 관련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 그 뒤 터진 자회사 한국남동발전의 북한 석탄 밀반입 논란, 7일 발표된 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 한시적 완화정책 등 한국전력에게 악재가 잇따르면서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주주들은 특히 한국전력의 3분기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 완화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증권업계는 한국전력이 3분기 원전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전력요금 인하에도 충분히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정책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전력은 2017년 4분기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전력 주주들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원전 수출과 정치권 논란인 남동발전의 북한 석탄 문제보다 영업이익 감소에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영국 원전 수출은 한국전력의 역량만큼이나 산업통상자원부를 필두로 한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이고 남동발전의 북한 석탄 논란은 자회사 문제인 만큼 김 사장이 직접 개입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한국전력의 실적과 직결되는 전기요금 문제는 더욱 그렇다.
한국전력은 공기업인 만큼 민간기업처럼 제품의 판매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전력요금 인하 결정은 정부의 선택으로 김 사장은 따를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이런 심정을 담은 글을 7월 SNS에 올리기도 했다. 김 사장은 ‘두부 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에서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 그만큼 두부 가격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 가격이 콩 가격보다 더 싸지게 됐다”며 석유나 가스 등 전기를 만드는 1차 에너지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요금이 더 싼 현실을 지적했다.
김 사장의 전기요금 정상화 바람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히려 그동안 이야기가 나오던 경부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올해 안에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김 사장은 과거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시절 지속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보면서도 2~3년의 긴 안목으로 투자를 늘려 하이닉스반도체를 세계적 반도체회사로 키운 경험이 있다.
한국전력 주주들은 김 사장이 한국전력에서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성공신화를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공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전력에서 주주 이익과 국가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김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