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해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다.
국내 주식시장 지분의 7%, 대기업 지분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주주권 행사에서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각의 주장처럼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신설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함께 기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로 확대 개편한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정부위원 2명이 포함됐다. 반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정부위원을 배제하고 민간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돼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 가운데 9명가량은 주주권 행사 분과위원회로, 5명가량은 책임투자 분과위원회로 활동한다. 위원장은 호선으로 정한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 주식의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을 검토하고 결정하게 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주주권 강화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책임지는 셈이다.
기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역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사항을 논의할 수 있도록 했으나 규정된 역할이 모호하고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을 놓고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을 결정한 일이 논란이 됐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보다 강력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갖췄다.
우선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의결권의 일반 원칙, 세부 기준, 행사 내역 등을 논의 대상으로 하지만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의결권뿐 아니라 주주권까지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이나 전문위원 3인 이상이 회부를 요구한 사안 등을 논의하는 것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같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여기에 공개 중점 관리기업 선정, 공개서한 발송 등 공개 활동 관련 사안도 검토해서 결정한다. 책임투자 가이드라인과 책임투자에 따른 특정 기업 투자 제한 및 변경도 다룬다.
전자는 주주권 행사 분과위원회, 후자는 책임투자 분과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논의된 기업 투자 제한과 변경 의견을 기금운용위원회에 제시할 수 있다. 매년 스튜어드십코드 지침을 검토해 의견을 제출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출범해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을 놓고 여전히 의구심이 걷히지는 않았다.
국민연금이 외부에서 용역을 수행한 결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기금운용본부와 별도의 상설 기구로 설립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상설기구화를 보류했다. 결국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역시 기금운용위원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위원 구성도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의 추천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한다. 전문위원회 간사로 기금운용본부장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이 활동하기 때문에 제대로 독립성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완전한 독립성을 띤 외부 기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금운용위원회 자체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떠오른다.
국민연금의 이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개편하는 내용은 빠져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나 독립성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