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대형마트 정체의 돌파구를 마트 ‘안’이 아닌 ‘밖’에서 찾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들어 정 부회장의 주도로 국내 대형마트 가운데 독보적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영화와 음악사업을 두드리고 있다.
본격적으로 영화와 음악사업에 뛰어드는 건 아니라며 이마트 측은 선을 긋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콘텐츠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 콘텐츠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마트는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의 대표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한국형 히어로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 영화 제작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설립해 2020년경 영화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마트는 앞으로 일렉트로맨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관련 상품도 개발해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 한다.
영화의 에피소드나 캐릭터 등을 적극 활용해 의류부터 완구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매장 구성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이미 일렉트로맨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렉트로맨을 활용한 상품은 지난해 상반기 26종에서 올해 상반기 35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상품 매출은 328.9%나 늘었다.
이마트는 또 ‘천재 딴따라 발굴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음악 공모전도 진행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대형마트라는 틀에서 벗어나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며 “이번 공모전 역시 이런 노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모든 분야에서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만든 컬처컨비니언스 클럽의 마스다 무네아키 CEO는 소비사회의 변화를 3단계로 요약한다.
첫 단계는 물건이 부족한 시대로 만들면 무조건 팔리는 시대다. 두 번째 단계는 상품이 넘쳐나면서 파는 장소, 즉 플랫폼이 중요해지는 시대다.
마지막 단계는 상품도 플랫폼도 넘쳐나는 시대다. 소비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소비한다. 이 단계에서는 소비자들이 판매자의 기획과 제안 즉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정 부회장도 콘텐츠에 꽂혀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야말로 경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화하고 고객들과 공감을 통해 고객이 우리를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콘텐츠와 유통사업의 결합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일은 아니다.
1일 홈쇼핑을 운영하는 CJ오쇼핑과 음악과 영화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CJE&M이 합병해 CJENM으로 다시 태어났다.
CJENM은 CJ오쇼핑이 보유한 홈쇼핑 역량과 CJE&M이 지닌 미디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미디어 커머스’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