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가 텃밭인 중동 전력기기시장의 회복을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다.
전임자인 주영걸 전 대표가 재선임된지 불과 3개월 만에 교체된 만큼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적 회복 시점은 여전히 예상하기 쉽지 않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은 업황의 부진 탓에 실적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조선사들과 중동에 전력기기를 공급하는 일을 주력으로 삼는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세계적으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중동에서도 전력기기 수요가 크게 줄었다.
특히 전체 매출의 60%가량이 해외에서 나오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에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2분기에 매출 5075억 원, 영업이익 37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7.9% 줄었다.
인력감축 이후 위로금으로 일회성 비용 80억 원이 들어간 점과 전분기와 비교하면 흑자 전환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의미있는 이익 개선으로는 보기 힘들다. 영업이익률 역시 2.3% 수준으로 낮다.
더 큰 문제는 언제 나아질 수 있을지도 자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일렉트릭은 한국전력 납품물량 증가 등 여러 긍정적 요인에도 영업이익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중동 전력기기시장, 선박시장의 회복도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내년 이익 전망도 밝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이 4개 회사로 분사하면서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독립해 출범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전자 전문기업으로 평가된다.
당시 주영걸 대표가 초대 대표이사에 발탁됐고 지난해 1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에도 성공했는데 6월 돌연 CEO가 정명림 대표로 비뀌었다. 정 대표는 8월 임시 주총을 거쳐 정식으로 선임된다.
갑작스런 인사의 배경을 두고 업계는 ‘경질성 인사’라고 해석한다. 현대일렉트릭이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308억 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624억 원 수준이었는데 절반 가까이가 순식간에 증발한 셈이다.
현대일렉트릭은 경질성이 아닌 세대교체 차원의 인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 전 대표가 분사 전부터 전기전자시스텝사업본부를 이끌어온 만큼 사실상 4년째 회사를 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 전 대표가 승진한지 반 년밖에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명림 대표 역시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모스 대표로 선임되고 반년이 막 지난 시점에 자리를 옮긴 것을 감안하면 흔치않은 인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 대표로서는 실적 개선을 놓고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아주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현대일렉트릭의 전신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 입사했다.
30여 년동안 고압차단기 및 변압기 설계와 생산에서 잔뼈가 굵은 이 분야의 전문가지만 업황이 워낙 좋지않다 보니 시장은 그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물론 현대일렉트릭 실적이 이제 바닥을 친 만큼 앞으로는 나아질 일만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유가가 오르면서 중동 주요 발주국들의 전력 인프라 투자가 회복 추세라는 것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일렉트릭은 더 이상은 나빠질 부분이 없고 중동의 EPC(설계·조달·시공)가 회복 기조에 접어든 만큼 중장기적으로 상황이 나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시점은 다소 멀고 불확실하다“고 바라봤다.
“올해를 현대일렉트릭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 주 전 대표가 올해 초 주총에서 했던 약속인데 정 대표에게 고스란히 과제로 넘겨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