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5월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동고동락’일까 ‘오월동주’일까?
'동고동락'이라면 진심이 통해 괴로움과 즐거움을 모두 함께하는 동지가 되는 것이겠지만 '오월동주'라면 껄끄러운 사이라도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돕고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이 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근로자 추천 이사제, 키코사태 등 시각 차이를 보였던 각 사안을 놓고 '조율'된 발언을 내놓았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최 위원장이, 은산분리에서는 윤 원장이 기존 태도에서 한발씩 물러나는 모양새였다.
두 사람이 의견을 통일시키면서 은산분리 완화 논의에는 더욱 속도가 붙게 됐고 근로자 추천 이사제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불거졌던 ‘불협화음’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금융위는 금융위의 역할이, 금감원은 금감원의 역할이 있다”며 “금융감독 개혁안을 미리 들었지만 금감원의 월권은 아니다”고 윤 원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각 사안에 생각이 달랐던 부분을 인정하고 상대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는 태도도 보였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 둘 다 갈등구도가 지속되면 서로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윤 원장이 ‘금융혁신’을 앞세워 내놓은 금융감독 과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면 자칫 확실한 색깔을 보이지 않는다는 강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청와대가 금감원장에 관료 출신이 아닌 인사를 세 차례나 앉히며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는 점도 신경써야하는 대목이다.
윤 원장도 법적으로 상급기관인 금융위에 항명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점은 임기를 시작한 지 2개월여 밖에 안 된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여전히 키코 사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회계 의혹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다시금 의견 차이가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큰 틀에서는 '조율'된 의견을 내놓았지만 구체적 사안의 각론을 이야기할 때는 여전히 스스로만의 뜻이 남아있다는 여지를 노련하게 녹여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루고 있는 몇가지 사안은 최종 결론을 내야하는 단계에서는 분명히 한쪽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예민한 것들이 있기도 하다.
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과 학자 출신이 윤 원장이 지니고 있는 금융 청사진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도 완전한 화학적 화합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감독체계가 개편되지 않으면 이런 갈등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에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위에서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도 담당하는 한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