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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SK하이닉스를 SK그룹의 대표주자로 만들었다. 2년 연속 SK하이닉스의 최대실적 기록을 다시 쓰며 위기에 처한 SK그룹의 효자 계열사 위치를 굳건히 했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무리라는 말을 들었다. 부채가 9조 이상인 데다 채권단 관리에서 투자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사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SK하이닉스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 3년차 CEO, 박성욱의 성적표
박 사장은 오는 2월 취임 3년차를 맞는다. 박 사장은 2013년 2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SK하이닉스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됐다.
박 사장 취임 뒤 SK하이닉스는 무섭게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에 인수된 뒤 첫해인 2012년 227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013년 3조37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5조를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2년 연속으로 사상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박 사장이 취임했을 당시 SK하이닉스 주가는 2만5천 원대였으나 이제 두 배 가까이 오르며 5만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한 때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2위 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SK그룹 연말인사는 SK하이닉스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SK하이닉스는 3명의 부사장 승진자를 포함해 모두 37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SK그룹 전체 승진자 117명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20명 이상의 승진자가 나온 곳은 SK하이닉스가 유일했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C&C, SK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교체되는 인사 칼바람 속에서도 박 사장은 유임됐다.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 사장을 얼마나 신임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최태원 사단’ 합류한 ‘기술통’ 박성욱
박 사장은 198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반도체 연구소에 엔지니어로 입사하며 반도체 업계에 뛰어들었다.
박 사장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의 대표적 ‘기술통’으로 불린다. 입사 뒤 30여 년간 미국생산법인과 메모리 연구소, 연구소장, 연구개발총괄 등 연구개발(R&D) 분야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박 사장은 연구소 재직중이던 199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반도체 제조 관련 국내외 특허 1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면서 간판을 SK하이닉스로 바꿨다. 당시 박 사장의 직책은 부사장 겸 연구개발총괄이었다. 다른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에 해당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박 사장은 2013년 2월 권오철 전 사장의 뒤를 이어 SK하이닉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사례는 박 사장이 처음이었다.
임명 당시 박 사장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박 사장은 연구개발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재무나 기획, 마케팅 등 최고경영자(CEO)로서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인수 첫 해 대규모 적자를 냈기 때문에 권 전 사장처럼 ‘재무통’ 출신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박 사장을 신임했다. SK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재무적 위험이 사라진 만큼 기술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산업재편과 차세대 메모리 준비 등 다양한 변곡점에 직면해 있다”며 “앞으로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기술중심의 성장을 하기 위해서 기술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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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협력업체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활 이끌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박 사장은 대표이사에 선임된 지 하루 만에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연구소와 마케팅본부 산하의 상품기획기능, 시스템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M8사업부 등을 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연구소의 경우 간판을 미래기술연구원으로 바꾸며 미래기술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줬다.
박 사장은 외부 우수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취임 직후 반도체 분야 최고 전문가인 오세용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와 이석희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오세용 교수는 제조 및 기술부문장(사장)을, 이석희 교수는 D램 개발부문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도 꾸준히 이뤄졌다. 2013년 8월 경기도 이천 본사 연구개발센터에 ‘통합분석센터’를 열었다. 각 건물별로 흩어져있던 분석실을 한 데 모아 투자를 더욱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다양한 분석기술을 접목해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었다.
SK하이닉스의 투자규모는 2012년 3조8500억 원에서 지난해 4조8천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 투자금은 2013년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인재와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성과로 이어졌다.
D램의 경우 미세공정 기술인 20나노급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삼성전자가 주도했던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램 점유율은 26.5%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올해 3차원(3D) 구조를 적용해 데이터 저장 효율을 높인 신제품 등을 선보이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0%의 점유율로 세계 5위에 머무르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5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반도체업체 순위 6위에 올랐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해 2011년까지 10년 동안 채권단 관리를 받았던 시절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위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사장은 신년사에서 “지난 2년간 노력한 결과 SK하이닉스는 역사상 최고의 위상을 경험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더 높은 수준의 품질과 안정적 공급을 원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