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이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최영미 시인은 25일 오후 페이스북에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소송당하는 건 처음인데 '원고 고은태(고은 시인의 본명)'의 소송대리인으로 꽤 유명한 법무법인 이름이 적혀있다"며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고 덧붙였다.
고은 시인은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에 사건이 배당됐으며 첫 변론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시 '괴물'을 발표해 문단 내부의 성폭력과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를 폭로했다.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En선생은 원로 시인 고은씨를 암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은 시인은 3월 영국의 출판사를 통해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추행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박진성 시인이 블로그를 통해 "나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이자 방관자이며 지난날의 나를 반성한다"면서 최 시인의 말이 사실이라고 다시 반박하기도 했다.
폭로가 이어지면서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전시공간인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고은 시인은 국내의 대표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에서도 상임고문을 내려놓고 탈퇴했으며 검정교과서에서 작품이 모두 퇴출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