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요 경영진의 평균 나이를 낮춰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올해 연말인사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될 공산이 크다.
인공지능과 같은 신사업분야를 담당하는 임원들의 나이가 대체로 젊은 편인 만큼 이들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경력보다 능력을 중심으로 과감한 승진인사가 대거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말인사 기조를 두고 벌써부터 시선이 몰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60대 이상 경영진을 모두 퇴진하도록 하는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실시한 뒤 신사업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체질 개선 작업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사업부문장과 대표이사를 맡은
김기남 사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TV, 스마트폰 등 제조업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분야에서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중요해지고 있어 소프트웨어분야 전문성을 갖춘 사장과 부사장급 임원들로 역할을 보완하는 인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승진에 필요한 경력을 다 채우지 못해도 능력과 성과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임원들을 과감히 발탁하고 승진해 힘을 실어주는 기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승진 연한을 채우지 못한 발탁 승진자를 역대 가장 많은 12명이나 배출하며 "조직에 활력을 부여하고 새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전자에 영입된 주요 임원들도 나이가 젊은 편이다.
6월 초 삼성전자에 나란히 부사장급 연구임원으로 영입된 세바스찬 승 교수는 만 52세, 다니엘 리 교수는 만 49세다. 이들은 모두 학계에서 인공지능분야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인공지능 기술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나이가 적은 편이다. 삼성전자가 이들과 같은 부사장급 이상의 연구임원 영입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1천 명 이상의 인공지능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연구팀을 이끌어갈 임원급 인사도 이에 맞춰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최근 유럽과 북미 등으로 해외 출장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점도 인공지능분야 인재 확보와 관계가 깊다.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나이가 50대 초반인 점도 젊은 임원들의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연말인사에서 나이와 경력보다 능력과 성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성과주의 기조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뒤부터 뚜렷해졌다.
올해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에 올라 본격적으로 삼성전자의 변화를 이끌어가게 된 만큼 '
이재용 부회장 스타일'의 인사 기조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 연말인사는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사이 진행됐기 때문에 올해 연말인사에는 더 확실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 경영진의 변화는 이 부회장 시대에 들어 총수일가에 집중됐던 권한이 분산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젊은 경영진의 비중과 권한이 높아지는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