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07-08 05: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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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할 만한 주식 고르기에 분주하다.
안정적으로 흑자를 보면서도 배당이 시원찮았던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는 지주회사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증권사들은 조언한다.
◆ 어떤 기업이 배당 늘릴까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재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51곳이고 참여할 예정인 기관투자자는 삼성자산운용 등 49곳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가세하면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는 기업은 298곳이나 된다. 국민연금이 이 기업들에게 배당 확대 등을 건의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압박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글로벌 주식시장과 비교할 때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지표 가운데 취약한 부분은 낮은 ROE(자기자본이익률)와 낮은 배당성향으로 평가됐는데 이런 상황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기관투자자들이 기업들에게 효율적으로 돈을 쓰라는 요구를 강화한다면 자가자본이익률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배당 가능한 이익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자산운용은 1분기에 두산과 두산밥캣, 두산인프라코어, 코웨이, 롯데케미칼, CJ제일제당, 한화케미칼, 현대산업 등에 배당성향 확대와 재무구조 개선책 등을 요구했다.
KB자산운용 역시 올해 초 컴투스에게 자기자본이익률 하락의 대처방안, 유상증자 자금의 사용 계획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질의서를 전달했다. 최근 골프존은 KB자산운용의 반대로 조이마루 인수가 무산되기도 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종목들을 놓고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지닌 기업들 가운데 흑자인데도 배당이 없었거나 크게 낮았던 곳은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배당을 올려야한다고 요구하면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들고 있으며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냈는데도 배당이 없었던 기업은 현대미포조선과 대한해운, 후성, 덕산네오룩스, 원익머트리얼즈, AJ렌터카, 대양전기공업, 팬오션, 제이콘텐트리, 원익QnC, NHN엔분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이다.
또 국민연금의 보유지분이 5% 이상이고 3년 연속 흑자를 본 기업 가운데 배당성향이 10%에 못 미치는 기업으로는 대림산업과 신세계, 현대리바트,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네이버, 사조산업, 태영건설,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송원산업, 경동나비엔, 화승인더, 영원무역홀딩스, 이오테크닉스, 넷마블 등이 있다.
◆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지주회사의 기업가치 상승 기대
스튜어드십코드는 투자자의 이익 보호뿐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재벌 개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란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특정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지 않고 회사의 가치와 주주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하는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 한진칼 로고.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로 하여금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 중장기적 투자수익의 보호 등을 위해 적극적 관여를 요구하는 만큼 이런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지주회사는 구조상 여러 사업자회사나 관계회사의 지분을 소유하면서 투자 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지만 경영성과가 나쁜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불필요한 투자가 어려워진다.
실적과 전망이 좋은 자회사에 투자재원을 집중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한진칼과 LG, CJ, 한화, 두산, LS, 코오롱 등을 투자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 기관투자자 지분이 늘고 있는 기업 주목
다만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 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변화를 쫓아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로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를 볼 기업만 찾을 게 아니라 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 영향을 받을 투자처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순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절대적이지 않은 기업을 찾아야 한다”며 “물론 매출 증가세 등 체력 조건 역시 충족돼야 한다”고 봤다.
최 연구원은 “이런 기업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본격화하면 지분 변화와 함께 체질 개선이 동반되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대림산업, 풍산,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하나투어, 대한항공, 유한양행, SK케미칼, 현대백화점, 이노션, 삼성SDI, 미래에셋대우, 한국토지신탁 등 13곳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