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회사들이 중국인 의존도를 줄이는 쪽으로 체질 개선에 더욱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여전히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식 하나하나에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 서울의 한 시내면세점 앞에서 외국인들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5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가 보따리상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호텔신라와 신세계 등 국내 면세점 관련 회사 주가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호텔신라 주가는 2일부터 4일까지 3거래일 동안 1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 주가도 12.0% 빠졌다. 신세계 주가는 사흘 만에 40만 원대에서 35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회사 주가 역시 이 기간에 약세를 보였다.
국내 면세점과 화장품회사 주가는 중국인 관광객 수에 따라 등락을 오가고 있다.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매출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보복을 계기로 오히려 국내 면세점업계가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한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자 보따리상이 그 자리를 고스란히 메우면서 보따리상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보복 여파로 아직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국내 면세점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의 '싹쓸이' 쇼핑에 힘입어 5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역대 3위를 보였다. 이에 앞서 1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뒤 3월에 다시 한 번 최고 기록을 썼다.
보따리상은 단체 관광객보다 수는 적고 구매력은 높아 이들의 발길이 끊어지면 국내 면세점업계는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드보복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시내면세점과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등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면세점을 운영하던 면세점사업자들이 고사할 지경에 이르면서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중국인 의존도를 낮추고 체질 개선에 힘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면세점업계에서 나왔다.
그러나 보따리상이 단체 관광객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이런 목소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보따리상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드보복이 시작된 뒤 보따리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중국에서 여전히 한국 면세품의 수요가 높은데 제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보따리상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는 중국인 의존도를 낮추고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면세점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호텔신라 신라면세점은 2013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시작으로 꾸준히 해외시장에 진출해 현재 다섯 곳의 해외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롯데 롯데면세점은 2012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현재 모두 7개의 해외면세점을 운영한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태국과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지역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빅마켓팀도 새로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