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5일 “현대미포조선이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 속도가 더딘 것은 하반기에 선박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리며 수주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잔고와 조선업황을 고려하면 현대미포조선이 수주시기를 조절할 만큼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고 파악했다.
▲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 10억 달러를 확보했다. 수주목표 30억 달러의 33.3%를 달성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선업황이 나쁘던 2017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33% 이상 적다.
정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이 상반기에 발주된 전 세계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절반 넘게 수주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보여줬지만 전반적 발주 침체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잔고가 얼마 남지 않아 수주시기를 재고 있을 만큼 여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6월 말 매출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약 29억 달러 정도로 1년3개월 치 일감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조선사가 선주와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면 적어도 도크에 2년 치 이상 일감을 채워야 하는데 현대미포조선은 이런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조선사들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선박 발주가 충분히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현대미포조선에게 부정적일 것으로 파악됐다.
정 연구원은 “대형 선박만 수주하던 삼성중공업이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수주할 정도로 선박 발주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대미포조선이 선박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어느 한 조선사만의 노력으로는 선박 가격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