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용 패널 개발에 빠르게 성과를 내며 고객사 확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성장 정체를 극복할 해법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시장 선점 효과를 보기 어려워질 수도 았다.
▲ 중국 BOE가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 |
중국 BOE는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전시회 ‘SID2018’에서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활용한 다양한 스마트기기용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접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탑재할 수 있는 6인치와 8인치 크기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이 주력 전시상품으로 공개됐다.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 크기로 활용할 수 있는 패널이다.
BOE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중소형 올레드분야 선두주자로 꼽히는 한국 패널업체보다 기술력에서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BOE가 지난해 중소형 올레드패널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용 패널 기술력을 과시하며 빠르게 추격에 나선 것이다.
경제전문지 IB타임스는 “중국 화웨이가 이르면 연말에 BOE와 협력해 개발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며 “샤오미와 오포 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BOE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디스플레이 전문매체 LED인사이드에 따르면 BOE는 애플에도 폴더블 스마트폰용 올레드 공급을 추진하며 생산시설 구축에 7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기능과 디자인 발전에 한계를 맞아 빠르게 침체되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대거 확보할 잠재력을 갖춘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중소형 올레드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있고 오랜 기간 협업해온 만큼 가장 먼저 폴더블 스마트폰을 상용화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갤럭시S9 판매 부진을 계기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사업에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며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시장 개막이 스마트폰 성장 둔화를 만회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사업 성장도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 여부에 좌우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중국 제조사들에 하드웨어 경쟁력을 거의 따라잡히며 스마트폰사업 반등에 고전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면 다시 기술 격차를 확대해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그동안 독점체제를 누리던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사의 추격을 받고 있어 폴더블 스마트폰용 패널로 기술 우위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BOE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기술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해 경쟁업체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 속도가 붙으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
삼성전자는 4월 말 컨퍼런스콜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기술은 완성 단계에 있지만 세계 최초 출시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비자들에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업체보다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가 늦어지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다.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의 수요를 경쟁업체에 빼앗길 공산도 크다.
IB타임즈는 “화웨이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시기를 올해 말로 계획한 것은 사실상 삼성전자를 향한 공격”이라며 “다른 중국 회사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 연구원은 “중소형 올레드시장은 올해부터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폴더블 스마트폰 수요에 대응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