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현대차그룹의 맞대결이 시작됐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주를 대상으로 한 합병 반대의견 통지 접수 시작을 3일 앞둔 11일 주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방전을 벌였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
현대모비스는 주말을 지나 14일부터 28일까지 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 반대의견 통지 접수를 받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른 주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전에도 반대의 뜻을 지속적으로 밝혔지만 이번에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 부회장도 이날 보도된 미국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역공을 펼쳤다.
그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잇단 공세를 놓고 “그들(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투자펀드들)이 사업을 하는 방식”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대모비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분할합병 안건을 의결한다.
현대차그룹은 분할합병안 의결을 자신하고 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5회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엘리엇은 주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분할합병안의 통과를 자신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임시 주주총회 전날인 28일 현대모비스 주가에 따라 안건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주총 전날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크게 밑돌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기 위해 합병분할을 반대하는 주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 중인 주식을 회사에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현대모비스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23만3429원, 한도를 전체 주식 수의 약 9%인 2조 원으로 잡았다.
9% 이상의 주주들이 반대하면 분할합병은 물론 현대차그룹이 계획한 지배구조 개편도 무산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지분구조를 보면 기아차 16.88%,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 현대차그룹 우호 지분율은 30.17%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모비스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크지 않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동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48% 정도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의 선택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현대차그룹의 공방이 진행된 11일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날보다 2.38%(5500원) 오른 23만7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그룹이 책정한 주주매수청구권 행사가격 23만3429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3월28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처음 발표한 날 현대모비스 주가 26만1500원에 비하면 꽤 낮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주총 전에 주가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도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주주 친화정책을 더욱 강화할 뜻을 밝혔다. 또 3~4개 기업을 놓고 현대모비스가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