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콤이란 단어로 SK텔레콤의 비전과 미래를 표현할 수 있겠느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017년 7월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모인 확대경영회의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동통신에 사업구조가 치중된 SK텔레콤을 보안, 자율주행, 미디어 등 신사업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정보통신기술(ICT)회사로 탈바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박 사장은 8일 보안회사 ADT캡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SK텔레콤의 탈바꿈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SK텔레콤이 보안회사 ADT캡스 지분 55%를 인수하기 위해 들이는 자금은 7020억 원으로 박 사장이 SK텔레콤 대표로서 성공한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박 사장은 2017년 1월부터 SK텔레콤을 이끌고 있다.
박 사장은 오랫동안 보안사업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SK C&C부문 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SK가 ADT캡스의 지분을 인수하려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당시 SK는 ADT캡스 인수설을 부인했지만 보안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최근에도 보안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3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보안사업은 통신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통신사가 꼭 해야 할 사업”이라며 “보안 계열사인 NSOK도 잘하고 있지만 ADT캡스를 통해 영상 분석이나 보안서비스에서 한 차원 다른 서비스를 더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DT캡스의 인수 가격이 당초 SK의 예상보다 높아 매각협상이 예상보다 지연됐다. 하지만 박 사장의 인수 의지가 커 최근 협상이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사장은 지난해 취임했을 때부터 인수합병을 통해 SK텔레콤의 사업을 다각화하려고 했다”며 “시장 규모와 SK텔레콤과 시너지, 성장성 등을 고려했을 때 ADT캡스 만한 매물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DT캡스 인수는 SK텔레콤이 변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히는 박 사장이 ADT캡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박 사장은 2000년 신세기통신 인수와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 등을 이끌며 SK그룹의 성장동력을 발굴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인수로 점유율 과반이 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했고 SK하이닉스는 현재 SK그룹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핵심계열사가 됐다.
박 사장은 지난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SK텔레콤 경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인수합병시장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인수를 추진할 분야로는 미디어와 자율주행 등이 꼽히고 있다.
박 사장은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2018’에서 “2019년 5G가 상용화되면 가장 쉽게 나올 수 있는 서비스는 텔레매틱스(자동차용 통신시스템)와 미디어일 것”이라며 말했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자율주행차에서 핵심요소다. 또 5G가 상용화되면 고화질 영상,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미디어가 활성화될 수 있어 SK텔레콤은 미디어분야에서 사업 확대를 노릴 공산이 크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자율주행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 및 지도와 관련된 기업의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며 “미디어사업을 키우기 위해 유료방송회사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