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5-08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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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벌이고 있는 ‘분식회계 공방’의 초점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맞춰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과 이사회 절반을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기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런 주장을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콜옵션 관련한 의문 확산
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에 ‘고의’라고 보고한 배경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맺었다고 알려진 ‘콜옵션’이 관련되어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각각 2805억 원(85%)과 495억 원(15%)을 출자했고 바이오젠이 추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했다.
바이오젠은 합작계약상 의무사항인 2012~2013년 4회 유상증자에는 참여했지만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유상증자에는 참여치 않았다. 이후 2015년 2월 유상증자에는 참여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4.6%를 들고 있고 바이오젠은 5.4%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만기는 올해 6월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2015년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소식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레터를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바이오젠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콜옵션 행사를 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실적을 발표하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이사회 규정상 양측이 같은 수로 이사회를 구성하게 되어 경영권을 지배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되면 지분가치 평가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는 시장가액이 4조8천억 원으로 평가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년 연속 적자를 내는 회사에서 2015년 단숨에 1조9천억 원의 순이익을 낸 회사가 됐다.
금융감독원은 특별감리 결과 이를 분식회계라고 1일 발표했다. 회계처리 위반은 과실, 중과실, 고의 등으로 분류되는데 금융감독원은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와 관련해 ‘고의’라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조항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피감사인이 회계처리 변경을 위해 고의적 행동을 했다면 이를 분식회계로 본다.
◆ 금융감독원, 콜옵션 관련 의혹 입증할 물증 있나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과 관련해 많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를 들고 있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10월과 12월 우리나라에서 바이오의약품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를 받았고 유럽에서도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는 2016년 1월,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2016년 5월에 받았다.
이를 놓고 바이오시밀러 핵심 시장인 유럽 판매허가 시기가 2015년 회계처리 시기보다 다소 늦기에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을 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과 2013년 감사보고서에 콜옵션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콜옵션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졌고 2016년부터 콜옵션의 내용이 공개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를 부추겼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먼저 제안했다고 밝혀왔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를 먼저 제안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기 위해 스스로 나설 수 없으니 바이오젠의 힘을 몰래 빌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이 2015년, 2016년 사업보고서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0원으로 처리한 것으로 놓고도 바이오젠이 당시 콜옵션을 행사할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5만 원이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확보하려면 약 4천억 원을 들여야 한다.
삼성그룹에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이후 다시 바이오젠의 지분을 되살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이 지분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MBC 보도가 나오자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삼성물산은 4월10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입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답변에도 올해 하반기에 삼성물산이 바이오젠 지분 매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계속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