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5-01 01: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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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 및 중공업부문 계열사의 업무 효율화를 어떻게 추진할까?
삼성물산 안에 꾸려진 EPC(설계, 자재구매, 시공)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가 세 계열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있는데 전자와 바이오에 집중하려는 그룹의 경영기조에서 비전자계열사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 김명수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장 부사장.
1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과 관련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삼성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4월에 이미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처분했고 삼성생명도 현재 들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가운데 일부를 팔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각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정리에 나서면서 삼성물산으로 얽힌 순환출자고리 해소방안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그룹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몇 달 안에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대폭 단순화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대표적 비전자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삼성그룹은 이미 1월에 삼성물산 안에 EPC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비전자계열사의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짜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모두 설계와 자재구매, 시공을 한꺼번에 다루는 EPC산업에 속해있는 만큼 이들의 업무영역을 조정해 최적화한 사업구조를 찾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에서 비전자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총괄했던 김명수 삼성물산 부사장이 태스크포스를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비전자 계열사의 인력과 재원 배분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계열사별 현안이 정리되면 지배구조와 관련한 밑그림을 구체화하는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지주회사의 특성을 감안해 삼성물산의 사업 효율화에 방점을 두면서 지배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지주회사는 사업의 규모보다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는지가 우선시된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내고 있는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민감하고 소비자 불만 등이 그룹 이미지 개선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건설부문에 속한 주택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삼성그룹이 건설계열사로 삼성엔지니어링을 두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의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계속 제기된다.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에 입주한 점에서 합병 가능성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하고 있는 건설사업의 특성이 워낙 다른 데다 과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홍역을 크게 앓았던 만큼 합병 재추진에 따르는 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과거 한 차례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세 계열사 모두 설계를 기본으로 삼는 엔지니어링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복된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병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삼성그룹이 아예 EPC사업 계열사들을 정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증권가 일각에서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삼성물산이 그동안 미뤄왔던 자체사업 효율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필요하다면 과거 한화그룹, 롯데그룹과 빅딜을 추진했듯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이 전자와 바이오를 사업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만큼 비교적 큰 사업 리스크를 안고 있는 EPC사업 계열사들을 다른 그룹에 매각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